[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쿠팡이 사업을 접은 동남아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OTT) 업체 훅(HOOQ) 인수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 일환 및 네이버로 대표되는 거대 포털 회사들을 상대로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 쿠팡이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해온 OTT 업체 훅의 자산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훅은 싱가포르 통신사 싱텔이 2015년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 워너브라더스와 합작해 만든 OTT다. DC 코믹스 유명 영화와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동남아를 무대로 활동해왔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까지 뛰어들었지만 OTT 시장에서 펼쳐지는 업체간 격렬한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4월 말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 훅을 인수하고 나선 것이다. 쿠팡은 훅 인수 여부를 포함해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블룸버그통신 보도가 사실이라는 전제 아래 향후 시나리오를 점쳐볼 수 있는 수준이다.

일단 쿠팡이 훅을 인수한 것은 네이버 등 거대 테크 기업들의 공세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멤버십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무료 배송 외 다양한 콘텐츠도 제공하는 아마존처럼 쿠팡도 자체 멤버십 서비스인 쿠팡와우 이용자들에게 주는 혜택을 늘리기 위해 훅을 주목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쿠팡은 월 2900원에 쿠팡와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로선 로켓배송 대상상품 무료배송이 쿠팡와우의 가장 큰 혜택으로 꼽힌다. 하지만 값어치가 있냐를 놓고선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선 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쿠팡와우를 해지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SNS 등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쿠팡와우 혜택 강화 차원에서 콘텐츠를 붙이는 것은 쿠팡 입장에선 오버액션은 아니다. 최근 멤버십 서비스를 공개한 네이버 역시 이커머스와 콘텐츠 관련 혜택들을 전진배치했다. 

박대준 쿠팡 신사업 부문 대표[이미지: 쿠팡]
박대준 쿠팡 신사업 부문 대표[이미지: 쿠팡]

지난해 쿠팡은 매출 7조원을 돌파하며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로켓배송 시작 이후 처음으로 적자폭은 감소했으나, 여전히 7000억원 넘는 적자를 기록 중이다.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계속 들린다. 상장와 관련해선 '성장성'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이에 쿠팡은 올해 초부터 신사업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사업 부문 대표로 박대준 사장을 선임, 김범석·고명주 대표와 3인 각자대표 체제로 내부 구조를 개편했다. 훅 인수 보도를 보면 대규모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한 풀필먼트 서비스, 쿠페이를 내세운 핀테크에 이어 OTT도 해볼만 신사업 리스트에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훅 인수설은 해외 사업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에 투자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그리고 김범석 쿠팡 대표의 머릿속엔 아시아권에서 모객을 해 아마존형 서비스를 하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은 자신들을 이커머스가 아니라 IT 정보 서비스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며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각 지역에 맞는) 웹툰, 영화, 케이팝 등 한류 콘텐츠를 통해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동남아 및 중국 등 메가마켓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