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선보상 안이 금융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시중은행들이 보이스피싱을 당한 소비자에게 선보상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으로는 금융당국이 내놓은 소비자 보호 대책에 발을 맞추겠다는 취지나, 최근 핀테크 업체들의 잇단 선보상 선언에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도 엿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보이스피싱 관련 선보상 체계 도입 논의에 들어갔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를 활용해 보이스피싱 예방에 주력해 왔으나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액은 갈수록 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18년보다 6720억원(51.3%) 늘어났다. 범행 수법도 누군가를 사칭하는 수법에서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방법 등으로 교묘하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보이스피싱 악성앱이 탐지된 건만 2만8950건에 달한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피해가 계속되자 최근 금융당국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보이스피싱 척결을 위한 종합방안을 내놓았다. 금융회사들의 배상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와 관련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제9회 정보보호의 날 기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초청 세미나'에서 "불법 취득한 개인정보를 도용한 부정결제 사고, 대포폰·악성앱 등을 통한 보이스피싱 등 혁신과 편리성의 이면에서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며 "보이스피싱 등 반사회적인 금융사기 범죄로부터 금융시스템과 소비자를 지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중은행들로 관련 대응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선보상 체계 도입도 그중 하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조만간 은행권이 한 자리에 모여 해당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 자리에서 세부적인 내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핀테크 기업이 내놓은 수준의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미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적지 않은 인력과 비용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보상까지 책임져야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취지는 동감하지만 최근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은행에 과도한 책임을 부과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며 “소비자들도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책임은 은행이 모두 지게 됐다”고 털어놨다. 

최근 핀테크 기업들이 발표한 소비자 보호 강화안 때문에 은행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는 자사 앱에서 일어나는 명의도용 및 보이스피싱 피해 보호를 위한 ‘고객 피해전액 책임제’를 도입했다. 토스 앱 이용자에게 명의도용 및 보이스피싱 사고가 발생하면, 토스가 직접적인 책임이 없더라도 금전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도 선보상 제도를 다음달 중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개인정보 도용 등 피해 사례가 접수되면 자체 사고 조사를 통해 선량한 피해자로 판명 시 먼저 보상해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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