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페이스북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가상자산(암호화폐) 리브라를 각 국가, 지역에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발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리브라 2.0’ 백서를 공개한 것에 대해 국내 금융권에서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가 나왔다.

페이스북 리브라를 비롯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 최근 대두되고 있는 돈의 디지털화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사내에 독립 부서를 두고 전략을 짜거나 기존 블록체인 프로젝트와 연구개발 협업 등을 통해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9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글로벌 단일 디지털 통화를 꿈꾸는 페이스북 리브라의 전략 변화’ 보고서를 통해 리브라 2.0이 만들어낼 변화에 맞춰 금융회사들이 취할 수 있는 대안을 3가지로 요약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글로벌 결제 및 금융 시장 공략 일환으로 글로벌 주요 통화와 국채 등으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인 리브라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리브라가 각국에서 송금 및 온오프라인 결제 수단으로 쓰이도록 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하지만 통화 바스켓을 리브라 지급 준비금으로 활용하려는 페이스북의 전략은 미국을 포함한 각국 규제 당국들 사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이에 페이스북은 지난 4월 복수 통화 바스켓이 아니라 각국 화폐들과 개별적으로 연동한 여러개의 리브라를 내놓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나의 리브라가 아니라 달러, 유로화 등 각 국가나 지역에 맞는 여러 버전의 리브라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프라이빗(허가형)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리브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브라 2.0 개념도 [사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는 리브라 2.0에 대해 페이팔이나 알리페이 등 지금 나와 있는 지급결제 플랫폼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리브라가 규제 현실에 맞게 전략을 수정하면서 혁신성은 약해졌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보도 내용도 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통용 가능한 가상자산이라는 이미지는 사라졌지만 리브라가 페이스북이 가진 상업적 가치를 적극 사용하고 왓츠앱과 메신저 등 페이스북 산하 서비스들을 활용해 글로벌 결제 플랫폼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보고서는 “CBDC나 개별 기업들이 개발하는 지급·결제용 가상자산 및 스테이블코인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 그 파급 효과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돈의 디지털화에 대비해 트렌드 변화를 읽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리브라와 관련해 금융회사가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크게 3가지다.

첫번째는 디지털 화폐, 지급결제 수단 변화 흐름을 파악하는 독립 부서를 두고 회사 전략이나 신기술 투자 방향과 연계하는 것이다.

다음은 CBDC, 페이스북 리브라를 비롯해 링크(라인), 클레이튼(그라운드X) 등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곳들과 협업 방안을 연구, 추진하는 방안이다. 마지막으로 JP모건처럼 독자적으로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국내에서도 금융사에서 블록체인 관련해 독립 부서를 운영하는 움직임이 없던 것은 아니다. 신한은행은 2017년 7월 디지털R&D센터 내 블록체인 랩(lab)이라는 연구 조직을 만들어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글로벌 디지털센터’ 아래 블록체인 팀을 두고 글로벌 지급결제 플랫폼 GLN을 필두로 다양한 사업 모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페이스북 리브라가 등장하면서 가상자산 기반 결제와 관련해서도 기술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사업화와 관련해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현재는 CBDC 관련해서도 연구를 지속하고 있고 규제 관련 사안과 시장 상황을 보고 있다. 가상자산을 반드시 발행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기보다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일반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