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보안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회되고 있다. 홍콩 시위대에게 파괴된 중국은행의 홍콩 지점 모습 [사진: 강진규]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홍콩 보안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이 약화돼도 국제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홍콩보안법 관련 3대 이슈 점검’ 보고서에서 “홍콩 보안법과 관련한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 금융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미치는 상황으로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5월 22일 제13차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보안법은 홍콩 정부가 국가안보를 해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홍콩 보안법이 홍콩이 아니라 중국에서 제정됐다는 점이다.

중국은 1997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될 때 50년 간 일국양제(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같은 약속을 믿고 영국은 홍콩 반환을 결정했으며 미국 등은 홍콩에 특별지위를 부여했다. 이를 토대로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직접 제정해 홍콩에 적용하면서 일국양제가 사실상 파기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5월 28일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켰으며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10월경 법이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4개국은 외무·국무장관 명의의 공동성명을 통해 “홍콩 보안법은 시민들의 자유를 축소시키고 홍콩을 번창하게 했던 자율성과 시스템을 급격하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4개국은 중국이 50년 동안 일국양제 원칙을 지키겠다는 국제적 의무를 위반했다고 비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9일(현지시각)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에 대해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홍콩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면서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이 싱가포르, 대만 등으로 이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홍콩 갈등 3가지 가능성 우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시장에서 3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로 미국이 홍콩에 부여했던 특권을 폐지하는 것, 두 번째로 홍콩이 국제금융허브 지위를 상실하는 것, 세 번째로 홍콩의 달러 페그제가 붕괴, 폐지되는 것이다. 이런 요인으로 인해 국제 경제와 금융시장에 혼란이 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홍콩 사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연구소는 국제 금융시장이 홍콩 보안법 이슈와 관련해 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항셍지수(HSI)의 경우 홍콩 보안법 제정 소식이 전해진 5월 22일 5% 넘게 급락했지만 6월 1일에는 3.3%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금융시장도 홍콩 보안법 소식이 전해진 후 변동성이 확대됐었지만 빠르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연구소는 미국이 홍콩에 부여했던 특권을 폐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첨단기술의 홍콩 반입 등이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수출제한, 관세부과, 비자통제 등 미국의 홍콩 특권 폐지가 주로 무역, 물류부문에 영향을 주고 금융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권이 폐지돼도 홍콩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뿐 중국 경제에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파기 등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연구소는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 상실과 관련해 중국이 베이징, 상하이 등이 홍콩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중국 상하이는 2017년 13위에서 2020년 3위로 상승했다. 또 베이징은 같은 기간 16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이런 대체 방안이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 약화를 우려해 홍콩 보안법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연구소는 달러 페그제 붕괴나 페지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달러 페그제는 자국 통화가치가 미국 달러화 대비 일정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도록 묶어두는 제도다. 홍콩은 1983년부터 통화가치를 미국 달러당 7.75~7.85 홍콩 달러 범위 안에 묶어두는 달러 페그제를 시행하고 있다. 달러 페그제는 환율 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돼 대외 교역 및 자본유출입이 원활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소는 "홍콩금융관리국(HKMA)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사스 사태, 2008년 글로벙 금융위기 당시 달러 페그제를 성공적으로 방어한 경험이 있다"며 "또 홍콩은 2020년 4월 기준으로 4413억 달러(세계 8위) 외환보유액을 기록하고 있으며 중국 인민은행과 유동성 지원 채널도 확보하는 등 금융기반이 탄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홍콩 달러 약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대규모 자본유출로 인한 홍콩 달러 페그제 붕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최근 유럽연합(EU)이 홍콩 보안법 관련 중국 제재에 미국과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주요국들을 비롯한 EU가 홍콩 보안법 등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제재에 대해서는 미국과 달리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EU는 코로나19로 경제적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추가로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을 줄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향후 홍콩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한국의 경우 4073억 달러(2020년 5월말 기준)의 외환보유액을 기록하고 있고 한미 통화스왑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어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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