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 사옥에 전시된 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양자난수생성) 칩셋 이미지 [사진 : SK텔레콤]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 사옥에 전시된 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양자난수생성) 칩셋 이미지 [사진 : SK텔레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세계 최초 양자암호 스마트폰 ‘갤럭시A퀀텀’이 조용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이 스마트폰의 핵심을 이루는 '양자난수생성(QRNG) 칩셋’의 산파 역할을 한 기업이 바로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비트리'다. 11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비트리 본사를 찾아 그 비밀을 풀어봤다. 

2014년 설립된 이 회사는 반도체 칩셋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 기업으로 SK텔레콤과 함께 2018년 IoT·자율주행용 QRNG 칩셋(5.0x5.0㎜)을, 2020년 모바일용 QRNG 칩셋(2.5x2.5㎜)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모바일용 QRNG 칩셋을 채용한 갤럭시A퀀텀(갤럭시A71 5G)은 물리적 해킹을 막기 위해 칩셋 내부에 ▲구동 클럭(속도) 조절 기능 ▲부품별로 다른 전압을 공급하는 멀티 전원 ▲전원 감지 및 자동 초기화 기능 ▲칩셋 내부 데이터 접근 차단 등의 기능이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란 작은 디바이스에 칩셋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크기를 1㎜ 단위로 줄이는 데 큰 공을 들였다. QRNG 칩셋에는 LED 광원, CMOS 이미지센서, 전력 어답터 등 수많은 정밀 부품이 들어가는데 사이즈를 조금만 줄여도 모든 부품의 설계를 다 변경해 새로 만들어야 했다.

김희걸 비트리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약 100만번의 난수성 테스트 진행하고 패턴이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엄청난 데이터를 모으는 등 모든 과제가 도전이었다”며 “앞으로 (칩셋) 크기는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1년여의 노력 끝에 자동차의 사용 인증을 받았는데 여기에 다른 신뢰성 요소를 더한다면 칩 자체 신뢰성은 이미 확보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 사옥에서 김희걸 비트리 CTO(부사장)이 QRNG(양자난수생성) 칩셋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비트리 사옥에서 김희걸 비트리 CTO(부사장)가 QRNG(양자난수생성) 칩셋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SK텔레콤]

양자난수생성의 원리는 이렇다. 칩셋 안에서 LED 광원부가 빛(양자)를 방출하고, 이 빛을 CMOS 이미지센서가 감지해 디지털 신호로 변환해 난수를 생성한다. 순수 난수를 만들기 위해선 LED 광원부에서 방출되는 빛이 CMOS 이미지센서의 각 픽셀에 골고루 잘 도달해야 한다. 쉽게 말해 분무기로 A4 종이 위에 물을 뿌릴 때 물방울이 종이 전면 곳곳에 골고루 뿌려지도록 환경을 설정하는 것과 같다. 

결국 비트리는 약 2년만에 기존 칩셋 사이즈를 대폭 줄인 2.5 x 2.5 x 0.8㎜ 크기의 모바일용 QRNG 칩셋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의 품질기준을 통과했고, 2020년 4월 양산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비트리는 설계를 변경할 때마다 반도체 웨이퍼(Wafer)를 생산하는 DB하이텍과 최종 패키징을 담당하는 아이에이네트웍스에 다시 설계도를 전달하고 또 다른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비트리와 함께 양자난수생성 기술을 개발한 엄상윤 IDQ 한국지사장은 “난수 생성기라고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순수한 난수가 나와야 하고, 패턴이 없어야 되는데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여부가 중요했다. 시간 모집단으로 증명했다. 칩셋 가격도 시장에 처음 나온 것이기 때문에 가격 책정이 어려운 것 같다”며 “시장에서 충분히 강하게 드라이브 해볼만하다고 하면 저변확대가 될 것이고 저변확대가 되면 경쟁력있는 가격이 확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IDQ, 비트리와 개발한 QRNG 칩셋을 글로벌 스마트폰과 IoT, 자율주행 기업에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스마트폰 분야에선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모바일용 QRNG 칩셋을 공급, 양자보안 기술이 들어간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또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SK 오픈 API 홈페이지에서 오픈 API를 공유하고 스마트폰에서 이용 가능한 양자보안 기반 서비스도 확대할 방침이다. 

차세대 보안 기능 수요가 높은 자동차 전장, 클라우드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반도체에도 QRNG 칩셋을 탑재해 반도체 성능을 고도화 하는 사업 역시 추진 중이다. 엄 지사장은 “SK텔레콤 홈페이지에 오픈 API 공개돼 있으니 누구나 적용 가능하다”며 “자율주행, IoT 관련해서는 당연히 바로 적용하고 싶은데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검증기간 및 테스트가 필요하다. 삼성의 기준을 만족했다면 우리 예상은 다른 업체 쪽도 쉽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QRNG 칩셋의 경우 원천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IDQ의 IP(지적재산권)가 세계적인 수준이고, 테스트 등 양산하는데 약 3년이 걸렸기 때문에 (다른 기업과) 최소 3년 이상의 격차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양자난수생성) 칩셋 이미지 [사진 : SK텔레콤]
QRNG(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양자난수생성) 칩셋 이미지 [사진 :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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