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이사회를 통해 키코 분쟁 조정안 불수용 방침을 밝혔다. [사진:각 은행]
5일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이사회를 통해 키코 분쟁 조정안 불수용 방침을 밝혔다. [사진:각 은행]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금융당국의 키코 분쟁조정안을 두고 5일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불수용 결정을 내렸다. 6개 은행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이 배상금 지급을 일제히 거부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5일 신한은행은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 결정을 내린 4개 기업에 관련된 배상권고를 수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복수 법무법인의 의견을 참고해 은행 내부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친 심사숙고 끝에 수락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최종적으로 이사회를 통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하나은행도 이사회를 열어 분쟁 조정안을 불수용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장기간의 심도 깊은 사실관계 확인 및 법률적 검토를 바탕으로 이사진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조정결과의 불수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구은행도 임시 이사회를 열고 키코 분쟁 조정안에 대해 논의했다. 마찬가지로 불수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법무법인의 법률 의견들을 참고해 심사 숙고한 끝에 금감원의 키코 배상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거래 업체에 발생한 회생 채권을 두 차례에 걸쳐 출자전환 및 무상소각 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5번에 걸친 장고 끝에 대부분 은행이 불수용 여부를 밝힌 셈이다. 키코와 관련된 은행 중 유일하게 우리은행만이 금감원이 권고한 배상액 42억원을 피해 기업에게 지급했다. 이미 KDB산업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권고안 불수용을 발표한 바 있다.

불수용 이유에 대해서는 '배임' 우려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안에 대해 배상금을 지급하면 주주들 사이에서 배임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키코사태 해결의지를 계속해서 밝혀온 만큼 이들 은행은 6개월 동안 5번이나 수락여부를 연장했을 정도로 장고를 거듭해왔다. 

이들 은행은 법원 판결을 받지 않은 나머지 기업 중 금감원이 자율조정 합의를 권고한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협의체 참가를 통해 적절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키코는 은행들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국내 수출 중소기업에 판매한 파생 상품이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치솟으며 키코 상품에 가입했던 수백 업체가 약 3조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키코 상품을 판매한 6곳의 은행들에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된다며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배상금액은 신한은행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KDB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행들은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피해기업에 대한 배상이 이뤄지면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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