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협업 도구 팀즈(Teams) /사진=MS 오피스닷컴
MS 협업 도구 팀즈(Teams) /사진=MS 오피스닷컴

·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마이크로소프트는 90년대까지만 해도 반독점 소송의 '대명사'로 통했지만 사티아 나델라 CEO가 회사 지휘봉을 잡은 2014년 이후에는 이 같은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회사가 됐다. 반독점 이슈는 이제 마이크로소프트 보다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테크 회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다양한 회사들과 협력을 적극 추진했다. 경쟁 회사인 오라클이나 구글까지 협력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힘입어 마이크로소프트는 거대 테크 기업들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반독점 규제 당국의 사정권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위치에 서게 됐다.

하지만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반독점 이슈 사이에 다시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는 장면이 포착되고 있다. 진원지는 코로나19로 사용자가 급증한 마이크로소프트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팀즈'.

특히 마이크로소프트가 팀즈를 클라우드 기반 생산성 소프트웨어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365'와 통합해 제공하는데 힘을 쏟으면서 반독점 규제 당국의 시야에 잡히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하원의 반독점소위원회 의장인 데이비드 시실린 측 관계자들이 마이크로소프트 경쟁사들을 상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즈니스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시실린 의장 측 대변인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지만 팀즈를 둘러싼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 방식이  반독점을 다루는 정치권의 관심사가 됐음을 보여주는 시그널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팀즈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에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공개적으로 강조해왔다. 팀즈는 이제 마이크로소프트 간판 소프트웨어인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를 위한 허브 역할을 하는 새로운 운영체제가 됐다는 것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팀즈를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기능이 담긴 클라우드 유료 서비스인 MS365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WSJ에 따르면 제프 테퍼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이 지난 1월 팀즈를 맡게 됐을 때 나델라 CEO는 그에게 보다 많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들과 통합해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한다.

기존 마이크로소프트 제품과 팀즈 간 통합에 무게를 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에 대해 90년대 윈도 운영체제에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기본 탑재해 넷스케이프를 침몰시킨 번들링 전략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규제 당국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경쟁사들도 마이크로소프트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스튜어트 버터필드 슬랙 CEO는 "마이크로소프트는 훌륭한 제품을 가지고 고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대신 우리를 죽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번들링은 고객들의 필요에 맞추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고객들은 채팅, 미팅, 전화, 협업을 단일한 경험 아래 하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슬랙, 줌, 드롭박스, 구글 앱스를 따로따로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WSJ 기사에는 화장품 회사인 로레알과 공공기관인 뉴욕 교육청이 사례로 언급됐다. 로레알은 별도 솔루션을 쓰다 팀즈를 도입한 케이스인데, 번들로 제공되는 기능이 교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로레알 아메리카의 마이클 킹스턴 CIO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 팀즈를 다른 생산성 소프트웨어 제품들과 통합하는지에 대해 영리하게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교육청 사례는 좀 다르다. 뉴욕교육청은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365 고객인데, 팀즈 무료 기능은 쓰지 않는다. 대신 많은 교사들이 줌을 사용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