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2020 현장. 클라우드와 윈도 개발자를 향한 메시지들이 쏟아진 가운데 윈도10에서도 그래픽 인터페이스(GUI)로 된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을 잘 쓸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이 화제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살짝 하고 넘어간 얘기에 사용자들의 관심이 쏟아진 것이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대놓고 윈도10에서 리눅스 앱을 윈도 앱처럼 편하게 쓴다는 말을 참석자들에게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같은 메시지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28일 빌드2020에서 나온 핵심 내용들을 미디어들에게 공유하는 자리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클라우드 관련 발표들과 동급으로 대접받았다.

'윈도에서도 리눅스 앱을 잘 쓸 수 있다'는 말을 좀 더 기술적으로 표현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서브 시스템 포 리눅스2(Windows Subsystem for Linux:WSL)에서 리눅스 앱 지원 역량이 강화됐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WSL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에서 리눅스를 바로 쓸 수 있게 해주는 기술로 2016년 처음 공개됐다. 그동안 WSL은 별도 콘솔을 통해 리눅스 앱들을 지원했는데, WSL2에서 바로 윈도 PC에서 쓰는 것이 가능해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가 윈도에서 최고의 성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윈도 커널을 수정했다.

윈도는 리눅스와 별개 운영체제다. 리눅스에서 돌아가는 앱을 윈도에서 잘 쓰게 한다는 것은 흥미롭게 들려도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선 이러저런 질문을 갖게 한다. 예를 들면 '굳이 윈도에서 리눅스앱을 왜 써야 하는지', 또 '윈도에서 쓰면 좋은 리눅스 앱은 뭐가 있지?' 등이다.

윈도를 개발자들도 많이 쓰는 OS로 만들고 싶다

빌드2020이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라는 데서 대충 짐작할 수 있듯, 마이크로소프트는 WSL2와 관련해 개발자들에게 많은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혼자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며 리눅스 등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을 전반적으로 강화해 나가는 것이 회사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윈도애저에서 윈도라는 문구가 빠진 것도, WSL2을 선보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란 설명이다. 최영락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차장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소스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썬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인 파이콘을 매년 후원하고 있고 자바스크립트, 노드JS, 리눅스 등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WSL2에는 리눅스를 많이 쓰는 개발자들에게 윈도10을 확신시키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도 담겨 있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WSL2에는 리눅스를 많이 쓰는 개발자들에게 윈도10을 확신시키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도 담겨 있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WSL2을 통해 윈도에서 잘 돌아갈 만한 리눅스 앱 중 하나는 쉘(Shell) 스크립트 소프트웨어다. 쉘 스크립트는 유닉스에서 시작한 기술로 개발자들이 많이 쓰는 프로그램인데, 윈도에서 돌릴 때는 별도 바이너리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쉘 스크립트는 유닉스에 뿌리를 둔 리눅스나 BSD(Berkeley Software Distribution)에서 많이 쓰인다. 애플 맥OS도 기반은 BSD다. 쉘 스크립트만 지원만 놓고 보면 윈도는 아직 리눅스에 한참 못미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16년 WSL을 처음 내놓은 것도 윈도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다. WSL은 처음에 여러 리눅스 배포판 버전 중 우분투만 지원했다. 하지만 WSL2는 수세, 센트OS, 데비안 등 다양한 배포판을 지원한다. 윈도10 설정에서 개발자 옵션을 활성화한 후 마이크로소프트 앱스토어에 가서 배포판을 검색한 후 필요한 것을 설치하면 하면 된다. 리눅스 앱도 약간의 옵션만 추가하면 설치할 수 있다.

WSL2에선 애플리케이션 가상화 기술인 컨테이너에 대한 지원도 강화됐다. 개발자들이 많이 쓰는 도커 컨테이너 등이 윈도에서도 잘 돌아가도록 디자인됐다. 도커 컨테이너의 경우 WSL1에선 마이크로소프트 가상머신(VM) 기술인 하이버V에서 돌아갔는데, WSL2에선 VM이 아니라 윈도가 실행되는 동시에 WSL2 엔진에서 돌아가는 쪽으로 변경됐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이 보다 쉽게 컨테이너 기술을 쓸 수 있게 됐다. 최영락 차장은 "WSL2 컨테이너 지원 기능을 통해 개발자들이 운영체제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면서 보다 빠르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GPU에 대한 지원도 WSL2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번 빌드2020에선 WSL2를 통해 GPU 가속화 기능을 베타 서비스로 제공한다는 내용도 발표됐다. 지금은 개발자들이 리눅스에서 텐서플로우나 파이토치 (PyTorch) 같은 딥러닝 인공지능(AI) 개발 프레임워크를 돌리고 싶어하는데, GPU 가속화 지원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들 개발자 사이에서 윈도 기반을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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