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유럽 소형 상용차 시장에서 전기자동차가 주목받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규제와 함께 내연기관 차량의 도심 통행 제한 지역이 늘고 있어서다.

유럽 소형 상용차 시장 전기차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LEVC VN5, 닛산 e-NV200, 벤츠 e스프린터, 스트리트스쿠터 워크
유럽 소형 상용차 시장 전기차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LEVC VN5, 닛산 e-NV200, 벤츠 e스프린터, 스트리트스쿠터 워크

LCV(Light Commercial Vehicle, 경상용차)로도 불리는 총중량 3.5톤 이하 소형 상용차는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를 포함한 도심 운송과 승합차, 승차공유 플랫폼으로 애용된다. 운행패턴이나 이동반경이 일정하고 운휴 시간 동안 차고지에서 규칙적인 완속 충전이 가능한 점 등으로 인해 승용차보다 전기차 수요 확대가 용이한 차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운송회사 등의 LCV 구매 결정에는 총소유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이 주요 기준이 되는데, 전기차는 연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비싼 차량 가격과 부족한 성능이 문제였지만 점차 개선되어 이제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도시화와 온라인 상거래 성장으로 배달 시장이 커지고 LCV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는 가운데, LCV의 주종을 이루는 경유 차량이 오염 물질 배출로 인해 도심 진입에 제한을 받거나 통행료가 부과돼 운영 비용이 높아지는 사례가 늘면서 전기차 매력이 더욱 높아졌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2019년 유럽시장에서 판매된 LCV는 전년대비 2% 증가한 218만대이며, 이중에서 플러그인 전기 차량은 2만8000여대로 1.3%에 불과한 비중을 보였다. 하지만 전기 LCV 수요는 전년 대비 21.1% 증가했으며, 최근 성능이 개선된 신차 출시가 줄 이으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현재 시장 강자로는 르노 캉구 Z.E.와 닛산 e-NV200가 꼽힌다.

르노는 2011년부터 캉구 전기차(Z.E.)를 팔기 시작해 현재까지 유럽에서 4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2019년에는 1만대 남짓의 캉구 Z.E.를 판매했는데 전년보다 19.2% 증가한 수치다. 올해 완전변경 신차를 내놓을 예정이라 경쟁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르노는 캉구보다 덩치 큰 ‘마스터’의 전기차 버전도 판매 중이다.

르노와 한식구인 닛산은 승용차 ‘리프’와 소형 상용차 ‘e-NV200’을 전기차 대표모델로 밀어왔다. 2014년 출시한 e-NV200은 수 차례 성능개선을 통해 광범위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지난해 유럽시장 1만대를 포함 세계적으로 4만2000대가 팔렸다.

닛산은 e-NV200 차체를 개조해 도심 기동성은 유지하면서 화물용량을 키운 가지치기 모델을 내놓는가 하면 상위 체급의 NV400을 바탕으로 한 전기 구급차를 일본 소방청에 공급하는 등 라인업 확대를 모색 중이다.

유럽에서 전기 LCV 수요가 높은 3대 시장은 독일, 프랑스, 영국이다.

독일의 경우 벤츠가 2018년 비토(eVito), 2019년 스프린터(eSprinter)의 전기차 버전을 출시하며 열의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모델이 따로 있다. 독일 대표 우편 물류 전문회사인 도이체 포스트 DHL 그룹 산하 스트리트스쿠터(StreetScooter)의 독자 소형 화물 전기차이다. 생산량 대부분을 도이체 포스트/DHL이 소화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현재 다른 회사는 물론 중국을 비롯한 해외 진출까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영국에서는 2014년 중국 지리자동차가 인수한 LEVC(London Electric Vehicle Company)가 전기 택시에 이어 전기 밴을 주력 모델로 내놓을 참이다. 올해 4분기 출시 예정인 ‘VN5’는 TX 택시의 기술을 그대로 공유해 기본 100km를 전기로 주행하며, 볼보차에서 가져온 1.5리터 3기통 가솔린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해 최대 485~600km를 커버할 수 있다.

LEVC는 VN5 출시를 통해 ‘영국 택시’ 브랜드에서 전기 상용차 제조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연간생산량 2만대중 전기 밴이 70%를 차지하게 된다. 현재 LEVC는 생산량 90%를 내수에 의존하고 있지만 올해 수출시장을 19개국으로 늘리고 2022년에는 물량의 60%를 수출할 계획이다.

시트로엥은 하반기 e-점피(e-Jumpy)를 내놓고 연말에는 점퍼(Jumper), 내년에는 베를링고(Berlingo) 밴의 전기차 버전을 추가해 소형 전기 상용차 트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한식구인 푸조 역시 하반기에 엑스퍼트의 전기버전(e-Expert)을 출시한다.

유럽 소형 상용차 시장에서 PSA(푸조·시트로엥)와 협력하고 있는 오펠, 토요타 역시 이들과 관련된 전기 LCV들을 준비하고 있다. PSA에 인수된 피아트는 ‘두카토’의 전기 버전을 내놓았다.

독일 스트리트스쿠터 및 도이체 포스트를 위해 트랜짓 전기차를 주문 생산한 포드는 내년에 이 전기 밴을 북미에도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말부터 포터 일렉트릭과 봉고 EV를 시판하며 전기 상용차 보급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환경부 주관으로 정부, 현대·기아차, 물류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기화물차 보급 확대 MOU’를 체결하고 수송 분야 미세먼지 저감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