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구현모 KT 대표이사,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구현모 KT 대표이사,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왼쪽부터)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구현모 KT 대표이사,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김범수 카카오 의장, 장동현 SK(주) 대표이사, 권영수 LG그룹 부회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산업공학과 출신이라는 점이다. 팀 쿡 애플 CEO 역시 미국 오번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ICT 업계에 산업공학과 출신 CEO 전성시대가 열렸다. 

산업공학은 Industrial Engineering을 번역한 것으로 경영공학으로도 통한다. 기술(IT)과 경영 일반을 배우는 학문으로 요즘 같은 통섭(統攝)과 융합(融合), 연결(連結)의 시대에는 산업공학 출신 CEO가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산업공학은 경영정보학(MIS,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과 유사하지만 경영정보학은 생산·유통·마케팅을 배운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에 취임한 구현모 KT 사장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KAIST) 대학원 경영과학 석사, 동 대학원에서 경영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구 사장은 지난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했는데, 지난 2014년 황창규 전 KT 회장이 구 사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및 사장, 경영기획부문 부문장(사장), 커스터머&미디어부문 부문장(사장)을 거쳐 작년 말 KT CEO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전임 CEO였던 장동현 SK(주) 사장과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역시 산업공학과 출신이다. 장동현 사장은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학사와 동 대학원 산업공학과 석사학위를 받았고, 권영수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와 카이스트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를 마쳤다. 장동현 사장과 권영수 부회장은 그룹내 재무통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또 이형희 전 SK브로드밴드 사장(고려대)과 유영상 SK텔레콤 MNO(이동통신) 사업부장(서울대)도 산업공학과 출신이다.

(왼쪽부터) 팀 쿡 애플 CEO, 장동현 SK(주) 사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팀 쿡 애플 CEO, 장동현 SK(주) 사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부터)

김상국 경희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았다면 현재는 공급이 수요에 비해 훨씬 많다”며 “초과 공급이 이뤄질 경우 재고가 쌓일 수 밖에 없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학문이 산업공학이다. 산업공학 출신 CEO들은 이런 (생산) 관리에 굉장히 뛰어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LG전자 CEO로 임명된 권봉석 사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금성사(현 LG전자) 사업기획실로 입사했다. 지난 2014년 LG그룹 컨트롤타워인 (주)LG 시너지팀장을 맡았고, 다음해인 2015년에는 HE(홈엔터테인먼트·TV)사업본부를 맡아 프리미엄 라인업 중심 전략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사업(MC)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평택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시키기도 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전(前) 공동대표였던 이제범씨도 산업공학과 출신이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톡’의 창업자이며, 2011년 1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기업가치를 13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윤덕균 한양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는 “한양대가 지난 1958년 공업경영학과(현 산업공학과)를 우리나라 최초로 개설한 이후, 서울대가 1971년 산업공학과로 명칭을 변경(68년 생산기계공학과 창설)했다. 최근 이 세대 서울대 출신 CEO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산업공학과 출신들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장인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성균관대 산업공학과 출신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을 거쳐 2015년 말부터 IM부문 무선사업부장(사장)을 맡았다. 2017년부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과 IM부문장(사장)을 겸직했다. 올해는 노태문 사장이 삼성전자 IM부문 무선사업부장으로 승진하면서 고 사장은 현재 IM부문장만을 맡고 있다. 고 사장의 경우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의 아픔을 겪었지만 갤럭시S8로 부활에 성공하며 전화위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한양대 공업경영학과(산업공학과)를 나왔다. 김신배 포스코 의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출신이다. 이 외에 LG 시너지팀장(사장) 출신인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와 조범구 시스코코리아 대표도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최근 들어 유독 산업공학과 출신 CEO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통섭과 융합, 연결로 이어지는 현재의 기업 트렌드와 맞기 때문이다. 산업공학은 공과대학에 속해 있지만 경영학 일반을 배우는 등 이른바 융합·실용 학문이다. 또한 현대 복잡한 시스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는 단순히 스마트폰 제조만 하는 사업을 넘어 간편 결제(삼성페이), 심박수·운동량 측정(헬스케어), 보안(홍채, 안면인식) 등을 맡고 있다. SK텔레콤 역시 최근 탈(脫)통신을 선언하며 한 예로 하이퍼커넥터 등 사명 변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케이블TV를 인수하고 미디어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등 새로운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이철웅 고려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최근 ICT 기업이 다양한 사업분야로 진출함에 따라 융합형 인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산업공학은 학제간 융합학문으로 모든 공학분야 및 사회과학분야를 망라하는 학제간 지식을 교육하며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는데 특화된 학문”이라며 “이런 이유로 산업공학 전공자가 ICT 산업분야 리더로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를 분석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욱 서울대 산업공학과 학과장은 “다방면의 분야에 진출한 산업공학 전공자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며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 모두가 내는 다양한 소리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종합해 훌륭한 앙상블을 내는 지휘자처럼, 전략적 요소, 관리적 요소, 기술적 요소로 구성되는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CEO로서의 자질과 덕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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