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코로나19로 대한민국 교육계는 온라인 개학이란, 사상 초유의 상황을 경험했다. 단기간에 동시접속 300만 명이라는 비상사태를 감당하는 교육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관계자들은 특수작전을 방불케 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물론 일선 교사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많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 끝에 대한민국 공교육계는 '온라인 교육의 일상화'란 새로운 패러다임에 진입했다.

코로나19 시태가 끝나더라도 교육 현장은 이전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늘어난 온라인 활용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것. 정부가 디지털 뉴딜에 원격 교육을 포함시킨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초중등 온라인 학습 서비스 '이학습터'로 코로나19발 온라인 개학을 지원한 기관이 바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다.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본부장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서비스 본부장

해당 업무를 진두 지휘한 교육학술정보원의 김진숙 교육서비스본부장은 앞으로 펼쳐질 공교육의 뉴노멀을 '블렌디드'(Blended)'란 키워드로 요약했다. 말그대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잘 버무리는 것이 공교육이 가야할 미래라는 것이다.

 

"공교육, 블렌디드 시대로 진입"

그는 "교실 수업을 하더라도 이학습터를 함께 쓰게 한다든지, 숙제를 내고 받는 것만 온라인으로 커버해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앞으로 학교는 정규수업, 방과후 수업, 가정이 연계되고 온라인과 교실 수업이 결합된(Blended)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학생과 학부모들은 다양한 콘텐츠와 학습 경험이 원스톱으로 안전하게 제공되는 학습환경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렌디드 시대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역시 교사다. 김 본부장은 "교사들의 역량이 디지털과 융합된 공교육의 수준을 좌우할 것"이라며 특히 "교사들의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역량, 그리고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집단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개학이라는 초유 상황에도 불구, 교육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도 IT에 친숙한 일부 교사 커뮤니티가 발휘한 집단 지성 덕분이었다는게 김 본부장의 판단이다. 김 본부장은 "코로나19 이슈가 터지기 전 약 4만개 였던 이학습터 콘텐츠가 최근 1400만건으로 늘었는데 이중 33%가 교사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라며 "원격 수업이 큰 탈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은 평소에 IT를 접목하려 노력했던 교사들이 보여준 집단 지성이 힘"이라고 강조했다. 

IT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강의용 콘텐츠를 만들어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한 것이 전체 교사들의 온라인 교육 역량 강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이제 시작"이라며 "온라인 교육이 오프라인의 한계를 확실하게 보완하는 수단으로 뿌리를 내리려면 인프라와 콘텐츠 두 가지 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란 명성이 무색하게 교육 정보화 수준은 OECD 국가 중에서도 낮은 수준이었다. 인프라 접근성이나 교사들의 ICT 친숙도도 낮고 와이파이 조차도 학교에선 쓰기가 쉽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학교 IT인프라가 낙후돼 있고 학교와 가정에서 학습 목적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학생들이 컴퓨터로 문제나 과제를 해결하는 것에 대한 인식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면서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교육의 질 측면에서도 고민해야 할 것들이 여럿이다. 온라인의 유연함을 소화하기에 우리 공교육계는 너무 경직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프라인 교육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보다는 온라인의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출석 체크를 8시반에서 9시에 하는 것도 오프라인식 발상일 수 있다. 학습에 대한 몰입과 동기를 부여하기 쉽지 않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원격 교수에 초점을 맞춘 교사 연수가 중요하다."

김 본부장은 교실 수업에선 얘기를 거의 안하던 학생이 온라인 채팅에선 말을 잘하더라는 일화를 소개하며 "온라인을 잘 활용하면 오프라인 수업에서 보지 못했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교육 서비스 생태계의 탄생 주목

하지만 교사들이 원격 교육을 제대로 소화하기는 만만한 일은 아니다. 1시간 수업 준비에 3~4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학습 지도도 쉽지 않다. 김 본부장은 "가정에서 학습을 지원하는 것이 학습 효과를 좌우할 것"이라며 "실시간 외에 다양한 교육 모델을 개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초상권과 저작권 문제도 수면으로 부상했다. 교사들이 유튜브 등에 공개 범위를 설정하지 않고 콘텐츠를 공유할 경우 저작권 및 초상권 침해 논란으로 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온라인 개학은 온라인 교육 서비스가 의미 있는 생태계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코로나19 사태로 원격교육 시장이 양과 질 모두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많다. 교실 위주, 교과 중심 강의가 갖는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수업 방식을 경험한 만큼,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면 기술 활용을 넘어 전반적인 교육 혁신이 기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김 본부장은 "온라인 개학을 통해 개인별 교육 과정 설계, 지역 사회 연계, 생애 역량 관리 등에 대해 공감대가 이뤄졌다"면서 "학습 공동체로서 학교의 역할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에듀테크로도 불렸던 온라인 교육 산업은 그동안은 말은 많았지만 알맹이는 별로 없다. 공교육 쪽에서는 특히 그랬다. 학교들마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시장 자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원격 교육과 관련해 그림을 그리고 있는 만큼, 에듀테크가 산업적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공교육이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해외 서비스들에 의존하는 것은 데이터 주권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 본부장은 "온라인 교육 발전 방향 중에는 산업 활성화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에듀테크 시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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