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인터넷 업계가 사업자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법안이라며 통과를 저지하고 나섰던 ‘n번방 방지법(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20일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안건으로 상정된 개정안들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n번방 방지법은 디지털 성범죄물의 불법 유통으로 인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인터넷 사업자에 기술적, 관리적 조치 의무를 부과한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마련됐다.

정보통신망법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포함된 조항들을 통칭해 ‘n번방 방지법’이란 이름이 붙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불법 촬영물 등에 대한 유통방지 책임자를 지정하도록 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에 매년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부가통신사업자가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에 따른 촬영물 등에 대한 삭제 및 접속 차단 조치,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사태가 텔레그램 등 해외 기업에서 발생한데 따라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 보호 업무 등을 대리하는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제22조의8항도 통과했다.

인터넷 업계에선 이 법안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만들어진 졸속 법안이라고 봤다. 인터넷 사업자가 현재도 관련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또 다른 규제를 적용해 사업자에 의무를 과도하게 부과한다는 지적이다. 

또 해외 사업자에게도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 역외 규정을 도입한다고 하나 실효성에 의문이라고 반박해 왔다. 이에 20대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말고 21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법사위를 통과했다.

아울러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제공자(CP)의 망 사용료 ‘무임승차’를 방지한다는 목표로 마련된 조항 역시 국회 본회의로 넘어갔다.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서비스 안정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22조의7항(일명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 핵심 조항)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데이터센터법은 법사위 통과 불발... 폐기 수순

한편 국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에 민간 데이터센터(IDC)를 포함,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IDC가 작동하지 않아 데이터가 소실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발의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이하 데이터센터법)은 통과가 불발됐다.

이 개정안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대상인 주요방송통신사업자에 민간 사업자도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간 IDC 역시 재난 발생에 대비해 IDC 운영 계획을 세워 이행하고 재난이 발생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법사위 위원들은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에서 사전 조치에 대해 규정했는데 현행 정보통신망법에서 이미 사후 조치에 관한 내용을 따로 다루고 있어 이를 하나의 법안에 모아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복 규제가 되지 않게끔 시행령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일부 법사위 위원들이 법 체계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데 따라 이를 정비해 21대 국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법사위를 넘은 법안은 이어 오후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 처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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