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4억 사용자를 거느린 대형 커뮤니티인 레딧이 사용자 보상 성격의 이더리움 기반 유틸리티 토큰 2종을 선보인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지만 유틸리티 토큰을 둘러싸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고려하면 나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관련기사] 레딧, 이더리움 기반 보상 토큰 띄운다

그동안 다수 블록체인 서비스 업체와 기존 인터넷 서비스들이 사용자 보상 등을 위해 유틸리티 토큰을 대거 선보였지만 제대로 돌아가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 국내 유명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왓챠도 콘텐츠 프로토콜 프로젝트를 앞세워 유틸리티 토큰 모델을 실험했지만 이런저런 벽에 부닥쳐 중도 하차했다. 

뜻대로 안되는 사례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유틸리티 토큰에 대한 시선은 언제부터인가 부정적인 쪽으로 많이 돌아섰다. 유틸리티 토큰으로 인해 서비스 진입 장벽만 높아져 결국 사용자 편의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비트코인 개발자인 지미 송은 유틸리티 토큰을 피라미드 사기에 비유하며 "현실에서 활용할 부분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레딧의 행보는 이 같은 상황을 밑바탕에 깔고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일단 레딧은 양과 질적으로 중량급으로 볼 수 있는 대형 SNS가 사실상 처음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유틸리티 토큰을 실전에 투입하는 사례다. 대형 SNS에서 유틸리티 토큰이 먹혀들 수 있는지 검증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험대로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이더리움 블록체인에는 주소수가 1억개 가량 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레딧 전체 사용자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 기자 출신이자 탈중앙화 금융 관련 뉴스레터인 디파이언트(Defiant)를 운영 중인 카밀라 루소는 레딧 유틸리티 토큰 전략에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려 눈길을 끈다. 그는 레딧이 선보이는 토큰들에 대해 텔레그램이나 리브라처럼 규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적고, 토큰 가치가 오르도록 메커니즘이 설계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레딧 사용성과 충돌하지 않고 연착륙?

레딧은 현재 주제별 포럼 성격인 서브레딧(subreddits)에서 사용되는 이더리움 기반 토큰 2종을 커뮤니티 포인트 일환으로 테스트하고 있다. 현재 테스트 중인 토큰은  문스(MOONS)와 브릭스(BRICKS)로 서브레딧 커뮤니티인 레딧 크립토커런시(/r/Cryptocurrency)와 레딧 포트나이트BR(/r/FortniteBR) 회원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 서브레딧 회원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올리거나 댓글을 올려 받은 토큰을 레딧 커뮤니티내 투표 및 GIF나 이모지 등 아이템 구매, 또는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팁으로도 줄 수 있다. 레딧 크립토커런시와 레딧 포트나이트BR는 각각 100만명과 130만명 규모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토큰은 이더리움 ERC20 표준을 따르기 때문에 사용자는 개인 이더리움 주소에 토큰을 저장하고 비밀번호격인 프라이빗키를 통제할 수 있다. 받은 토큰에 대한 소유권은 100% 사용자에 있다는 얘기다.

레딧이 발행한 토큰은 돈이나 가상자산(암호화폐)을 받고 파는 용도가 아니다. 개별 커뮤니티들에서 실제로 쓰이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토큰 가치는 커뮤니티 회원들이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같은 성격은 규제 당국의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다.

레딧 토큰이 별도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지 않고 퍼블릭 블록체인인 이더리움 기반으로 토큰이 발행됐다는 점도 리브라나 텔레그램 TON과는 차이점이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미국 규제 당국에서 증권이 아니라 상품(commodity)로 볼 정도로 이미 탈중앙화돼 있다. 증권법 규제 대상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레딧과 비슷한 규모 사용자를 거느린 텔레그램은 미국 정부 증권법 규제와 충돌하면서 관심을 끌었던 텔레그램 오픈 네트워크(Telegram Open Network: TON)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밝혔고 수십억 사용자를 갖춘 페이스북도 스테이블코인인 리브라를 개발하고 있지만 규제 장벽을 확실하게 넘어섰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토큰 매커니즘 주목

레딧에 따르면 처음에 이더리움 기반 커뮤니티 포인트는 5000만개가 최근 서브레딧에서 쌓은 평판, 레딧에서 쓰이는 용어를 빌리면 카르마(karma) 기준으로 배포된다. 이후 포인트는 사용자들이 얼마나 많은 카르마를 모았는지에 기반해 4주마다 한번씩 배포된다. 각각의 토큰 배포 사이클에서 레딧은 20%를 자기 몫으로 가져간다.

배포되는 토큰 양은 계속해서 감소한다. 발행되는 전체 토큰 수(CAP)는 최대 2억5000만개 까지다. 토큰은 사용자가 레딧에서 아이템 교환을 위해 사용할 때마다 소각된다. 소각되는 토큰들 중 일부는 CAP가 찰 때까지 다시 유통된다.

카밀라 루소는 이 같은 메커니즘은 토큰 가치가 오르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레딧에서 발행된 토큰은 이후 이더리움 생태계에 있는 다른 프로젝트들과 융합할 잠재력도 있다. 카밀라 루소는 "탈중앙화 금융(Decentralized Finance, DeFi·디파이) 개발자들은 레딧 토큰을 개발하는 서비스에 조만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레딧 토큰이 대출에 필요한 담보로도 활용되고 토큰화된 투자 포트 폴리오에 추가되거나 유니스왑(탈중앙화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