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이 2달 연속 2조원 이상 증가했다.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올들어 시중은행의 대출 증가 속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기업 자금 조달에 정책 방점을 찍으면서 은행들도 대출 등 금융 지원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 증가와 함께 부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 은행 일각에서는 신용대출 등 위험부담이 큰 대출 위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의 기업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이들 은행의 4월 말 기준 중소기업대출은 전년 말 대비 19조7044억원(4.4%) 증가한 463조92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9조5861억원)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중 KB국민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이 가장 컸다. 국민은행은 4월 기준으로 전년 말 대비 중소기업 대출을 5조2716억원(5.1%) 늘렸다. 이어 농협은행(4조962억원)과 우리은행(3조8412억원), 신한은행(3조6997억원)도 최소 3조원 이상 대출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도 16조4283억원(22.8%) 급증한 88조5074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기업대출 증가는 최근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기업들에게 금융 지원 확대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금융권에 충당금을 쌓기보다는 자금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위험가중자본 등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을 담은 바젤Ⅲ 개편안을 조기 시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런 대출 확대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은행이 지게 된다. 대부분 은행들은 당국의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실 확대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일단 가계대출 속도 제한부터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4월 말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조1000억원보다 2조3000억원 줄었다. 3월 말 가계대출이 9조3000억원이나 늘어난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가계대출 중에서도 특히 신용대출이 주된 단속 대상에 올랐다. 신용대출은 다른 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높다. 시중은행들은 당분간 신용대출 심사를 최대로 강화하고, 이후 상황에 따라 다시 정상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대출 심사 강화는 이미 은행별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은 "얼마 전까지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심사 조건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마이너스통장이) 막혔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신용대출 심사를 거부 당했다는 내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세자금대출도 당분간 심사조건이 보수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신한은행은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 임차인을 대상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관련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전세자금 대출을 다시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먼저 총대를 맺을 뿐, 그 취지는 사실 다른 은행도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코로나19 영향으로 대출 증가가 계속될 것 전망된다. 정부의 기조대로 무작정 대출을 늘릴 수는 없어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의 가계, 기업대출 현황. (자료=각사)
최근 시중은행의 가계, 기업대출 현황. (단위 1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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