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금융분야 데이터를 사고 팔 수 있는 데이터거래소가 본격 문을 열면서 업계 전반으로 그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짓눌렸던 디지털금융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감돌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우려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미 대다수 금융사가 자사 데이터를 활용한 빅데이터 사업에 발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금융당국과 금융공공기관이 주도하는 데이터 상거래에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올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금융 데이터거래소 출범...민간 데이터 사고 판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보원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데이터거래소 개장 기념식을 열고 시범 운용에 들어갔다. 본 운영은 연말부터다.

금융 외에도 통신과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데이터 제공사로 참여한다. 이들 기업이 지역별 카드소비 데이터, 소득·지출·금융자산 정보, 행정동 단위별 성별·연령별 소득정보 등을 거래소에 등록해 놓으면 다른 기업이나 연구소가 필요한 데이터를 골라 구매한다. 현재 금융사 30곳의 데이터 상품 174개가 등록된 상태다. 이미 시범 거래기관이 13건의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 공급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다. 신한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데이터 유통과 관련한 부수업무 신고 수리를 마친 지난달 9일을 기점으로 '데이터 자문 및 판매 서비스'에 첫발을 뗐다. 이를 위해 거래고객 2500만명과 입출금 거래정보 월 3억건 가량을 활용해 지역단위의 소득, 지출, 금융자산 정보를 개발했다.

신한카드는 거래소의 시범거래 13건 중 무려 10건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데이터 상품 174개 가운데 신한카드가 등록한 상품이 65개에 달한다. 신한카드는 창원시 지역상권 데이터와 맞춤형 광고를 위한 카드소비 데이터, 1분기 코로나19 소비동향 데이터 등을 판매했다.

금융 분야 데이터 거래소 활용 예시. (이미지=금융위)
금융분야 데이터 거래소 활용 예시. (이미지=금융위)

거래소 개방으로 지난 4월 금융위가 개방한 금융 공공데이터포털에 올라 있는 공공기관 데이터들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민간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를 섞어 혁신 서비스를 내놓을 여지가 생겨서다.

금융당국은 거래소 운영으로 금융사와 핀테크회사들의 혁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축사에서 "금융사와 핀테크기업들이 데이터 유통과 결합 등의 디지털혁신 모범사례를 만들면서 안전한 데이터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에 기회 내주는 꼴...거래소에 양질 데이터 등록 어려워 

하지만 기대와 함께 우려의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내 주요 금융사와 통신사들은 자체 빅데이터센터를 세워 데이터 수집과 분석, 활용 등에 힘 써왔다. 이 때문에 자사의 별도 사업이 있는 한 정부가 이끄는 플랫폼으로 혁신서비스 사업화 사례를 양산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6년 4월 시중은행들 가운데 가장 먼저 사내에 자체 빅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 미국 월가에서 15년 넘게 근무한 김철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를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현재 센터 근무 인력은 25명이다. 신한카드도 앞선 2013년 12월 카드업계 최초로 자체 빅데이터센터를 조직했다.

두 회사 모두 수익 창출과 이어질 수 있는 별도 데이터 유통·판매망을 갖고 있다. 경쟁사인 핀테크 기업들과 공유하는 플랫폼에 양질의 데이터를 등록할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어느 회사가 직접 생산한 중요 데이터를 자진해 외부에 내놓겠느냐"며 "출범 전부터 자칫 쓸모 없는 데이터의 집합소가 될 수도 있단 얘기가 안팎으로 돌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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