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 설립이 판매사간 입장 차이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하기로 한 배드뱅크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이 배드뱅크 설립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가운데 은행들도 배임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소비자원도 "배드뱅크는 금융업계의 면피용 수단”이라며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배드뱅크 설립 논의가 잠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드뱅크는 금융감독원이 라임운용의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손실 펀드를 처리하기 위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펀드 이관 전담회사다.

하지만 배드뱅크 설립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판매사 간 입장이 엇갈린다. 라임펀드 판매사는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합쳐 총 19곳인데, 이들은 공모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상품을 만든 자산운용과 이를 판매하는 판매사 간 정보는 교류할 수 없게 돼있다. 때문에 판매사들은 라임운용이 고의적으로 부실 펀드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사 입장에서는 배드뱅크 설립 논의 자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배드뱅크는 성격상 라임운용 환매중단 펀드의 손실액 보상 등 뒤처리를 맡게 된다. 이미 피해를 본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피해보상까지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판매사 간 입장이 달라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달 내로 배드뱅크 설립을 완료하겠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회의 날짜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영리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도 “배드뱅크 설립은 피해자를 위한 것이 아닌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방안”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금소원은 배드뱅크 설립이 법률적으로 적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이 해당 자산운용사의 명성과 운용인력 등을 보고 투자한 상황에서 이를 투자자 동의 없이 변경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라임펀드가 보유한 자산들이 대부분 현금화가 어려운 것들로 구성, 배드뱅크가 설립되더라도 당장 회수율이나 일정이 빨리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라임운용이 발표한 자산 현금화 계획이 2025년까지 잡혀 있는만큼 배드뱅크 설립되더라도 긍정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소원 관계자는 “라임사태라는 개별 금융사의 사기행위를 배드뱅크로 처리하려는 것은 결국 투자자 피해문제의 초점을 흐리고 피해자를 기만하려는 행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결코 피해자들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없다”며 “이런 식의 처리보다는 투자자 보호라는 원칙에 입각해 즉각 분쟁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