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종로구 프렌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체감규제포럼 등 4개 단체는 인터넷 규제 입법으로 일컬어지는 법안들의 20대 국회 졸속 처리를 반대하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인터넷 업계가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인터넷 산업 규제 법안들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만들어진 졸속 법안으로 20대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말고 21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체감규제포럼 등 4개 단체는 12일 서울 종로구 프렌스센터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20대 국회 임기말 쟁점법안 졸속처리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7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는 인터넷 산업 규제 법안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일명 ‘넷플릭스 무임승차 예방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일명  ‘n번방 방지법’) ▲방송통신발전 기본법(데이터센터(IDC) 규제 강화 골자) 각 일부개정법률안과 시행령이 통과됐다.

4개 단체는 이 법안들이 인터넷 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라며 20대 국회 임기 말에 졸속 처리시켜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국회는 지난 19대 때도 임기 말 임시국회에서 130여 건에 달하는 법안을 졸속 처리한 바 있다”며 “지난 3월에도 과방위는 노웅래 위원장 직권으로 전체회의를 열고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등 정부가 추진하는 12개 법안을 법안소위 없이 통과시켰는데 임기 말 쟁점법안을 졸속 처리하는 악습이 이번에도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기업에 의무 전가 'n번방 방지법'...절차상 문제도

국내외 정보통신사업자들에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방지 책임 의무를 부여하는 ‘n번방 방지법’ 관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네이버, 카카오 등 사업자는 디지털 성범죄물이 유통되는 사실을 인지하면 즉시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인터넷 업계에선 이번 n번방 사건이 해외 플랫폼인 텔레그램에서 발생한 것임에도 국내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사업자 역시 관련 조치를 취하도록 역외적용 등 내용이 법안에 담겼지만 실제 시행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또 사업자가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취해야 할지 구체적인 내용을 대부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어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토로했다. 넓게 보면 이용자의 메신저나 비공개 블로그 등도 향후 검열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국민 사생활 침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법안 내용 외에 과방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윤영 중앙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체감규제포럼 대표)는 “국회법상 입법예고기간은 10일이지만 ‘n번방 방지법’ 관련 법안은 지난 5월 4일 발의돼 입법 예고도 하지 않았다”며 “발의안은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회부되고 상정돼야 하지만 절차가 생략되는 등 형식적, 절차적 요건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n번방 방지법’은 지난 7일 위원회 대안으로 과방위를 통과했다. 기존 발의안들과 비교해 사업자에 부과되는 벌금 등이 다소 완화됐음에도 관련 기업들이 과도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과징금, 손해배상 의무 등을 부과했던 법안들과 비교했을 때 위원회 대안이 완화된 건 맞다”면서도 “사업자 범위나 관련 조치 등 가장 중요한 내용을 시행령에 정하는 식으로, 모든 사항을 정부에 일임하는 맹점을 보였기 때문에 공청회 등을 거쳐 적용 대상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방송통신발전 기본법도 21대로 넘겨야

이들 단체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 2건 역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법안은 통신 재난을 대비해 통신사에 대한 규제 수준을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부가통신사업자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적용 대상이 확대 통과되면서 인터넷 기업 등을 비롯한 스타트업이 수범자가 됐다는 지적이다. 이 역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이뤄졌고 7일 과방위 회의에 참석했던 위원들 역시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법안 통과를 두고 입법부와 업계 간 진통이 예상되는 가운데 3개 법안의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본회의 통과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는 다음주 20대 마지막 임시국회를 소집하고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3일 최종 회동을 통해 본회의 일정을 포함해 21대 원 구성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사위는 통상 본회의 일정에 맞춰 열리기 때문에 본회의 날짜가 정해지는 대로 법사위 역시 다음 주 중 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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