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백악관 차원에서 핵심 기술인 반도체 생산을 아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해 인텔, 대만 TSMC와 파운드리(foundries: 설계가 끝난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 시설을 미국에 짓는 것을 협의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과 자체 입수한 서신을 인용해 10일(현지시간) 이 같이 보도했다.

WSJ이 입수한 4월 28일자 서한을 보면 봅 스완 인텔 CEO는 미국 국방부를 상대로 현재 지정학적인 불확실성을 고려해 미국에 파운드리를 설립하는 것에 대해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인텔은 이미 미국에 자체 설계한 칩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 공장을 짓게 되면 인텔은 타사가 설계한 칩들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와도 첨단 칩 생산을 위해 미국에 있는 파운드리 시설을 확장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도 미국 상무부, 국방부, 그리고 애플과 미국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을 협의 중이다. TSMC는 현재 퀄컴, 엔비디아, AMD 등이 설계한 반도체 칩을 생산해왔다. 이와 관련 TSMC는 테크크런치를 통해 "해외 파운드리 구축에 개방적인 입장으로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미국을 포함해 적당한 위치들을 평가하고 있다"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은 없다. 모든 것을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인텔과 TSMC, 삼성전자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빠르고 에너지 효율적인 칩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회사들로 꼽힌다. 10나노미터 이하 제조 공정에서 칩을 생산할 수 있다.

미국 정부와 업계 행보는 미중 무역 전쟁과 코로나19 확산으로 공급망과 물류 네트워크가 흔들리는 가운데, 아시아에 위치한 공장들에 반도체 생산을 의존하는 것을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에 대한 자급자족 역량을 갖추겠다는 얘기다. 이것은 아시아로 몰려갔던 미국 회사들이 다시 미국으로 유턴(U-turn)하는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산업 재편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