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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추현우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주요 글로벌 IT기업의 탈중국화가 하나둘씩 시작되는 조짐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니케이 아시안 리뷰는 애플이 무선 이어폰 에어팟 생산량 일부를 중국이 아닌 베트남에 할당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할 에어팟 물량은 300만~400만대로 전체 에어팟 생산량의 30%에 이른다. 

베트남 생산분은 159달러짜리 기본형 에어팟으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춘 249달러짜리 고급형 에어팟 프로는 계속 중국에서 생산한다. 지난 3월부터 베트남에서 에어팟 생산이 시작됐으며, 공정 숙련도가 올라가자 대량 생산을 결정한 것. 

에어팟은 애플의 제품군 중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으로 알려졌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한해 동안 애플 에어팟 판매량은 6600만대에 이르며, 올해에는 1억대 판매가 예측된다.

공급망 리스크 분산, 대중국 관세 회피 등 경제적 원인

에어팟 생산을 베트남으로 확장한 것은 미-중 무역 전쟁으로 관세를 회피하는 방편임과 동시에 최근 애플이 추진하고 있는 공급망 다변화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애플의 정부 정책에 호응해 일부 생산설비를 미국 본토로 옮기거나 중국 외 지역에서 생산과 부품 조달을 조금씩 늘려왔다. 

애플 위탁 생산업체인 폭스콘, 페가트론, 콴타컴퓨터, 럭스셰어, 고어테크 등은 지난 2018년부터 베트남 현지 공장을 설립해 부품 생산과 조달을 해왔다. 에어팟처럼 완제품 생산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애플은 지난해 하드웨어 생산량의 최소 15%에서 최대 30%까지 중국 외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을 검토한 바 있다고 니케이는 전했다.

베트남, 인도, 태국 등 후보국 떠올라 ... '중국+알파' 현실적 대안

인도는 스마트폰 등 주요 IT제품의 탈중국화 대안 1순위로 꼽히는 국가다. 최근 인도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에 진출한 삼성, 샤오미 등 기업들의 인도 비중 확대도 주목받고 있다. 

4월 말 이후 코로나19 확산이 진정세에 접어들자 인도 정부의 생산 공장 재가동 승인이 이뤄지고 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인도 지자체의 82%가 공장 재가동을 승인하거나 승인할 예정이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기업 샤오미와 비보(Vivo), 그리고 삼성이 5월부터 본격적인 공장 재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베트남, 인도와 함께 태국도 제3의 선택지로 거론되고 있다. 키보드, 마우스 등 주변기기 분야 완제품과 부품 제조 부문에서 태국의 동남아 IT 시장의 주요 거점 중 하나다. 디스플레이, 반도체, 모터 등 핵심 부품 공급을 맡는 한국과 일본의 역할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버드 경영 대학원의 윌리 시 교수는 "기술 공급망 측면에서 중국의 인프라, 노동력, 숙련도, 규모를 따라잡을 국가는 아직 없다"면서 "그러나 무역전쟁과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요구가 커진 만큼 중국+1국 혹은 중국+2국 정도의 다변화를 모색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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