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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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영국 통신사 EE를 소유하고 있는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이 최근 핵심 인프라에서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장비를 걷어내기로 했다. 미국의 압박에도 화웨이 장비를 일부 허용해 온 영국이지만 보안 등의 이유로 중요한 핵심 분야 코어망에서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에 국내 이통사 중 유일하게 5G 3.5㎓ 대역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 중인 LG유플러스의 선택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28㎓ 대역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는 것을 두고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관련기사/[단독] LG유플러스, 5G 장비 화웨이 배제 검토... 왜?) 

7일 외신을 종합하면 최근 BT는 에릭슨과 LTE 및 5G 서비스를 위한 클라우드 패킷 코어 네트워크 계약을 체결했다. BT가 화웨이의 장비를 걷어내고 에릭슨 장비를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BT는 화웨이 장비를 교체하는 일정은 연기하기로 했다. 지난 2018년 BT는 2년 이내에 EE 핵심 4G 네트워크에서 모든 화웨이 장비를 제거하겠다고 언급한 적 있다. BT는 영국 정부의 마감 시한인 2023년 1월까지 화웨이 장비를 핵심 네트워크에서 제거할 계획이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보다폰과 BT의 EE 등은 LTE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의존도가 65%에 달한다. BT는 자사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장비의 교체 및 교체 비용이 5년 동안 5억파운드(한화 약 7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큰 비용에도 불구하고 BT가 화웨이 장비를 에릭슨 장비로 교체하는 이유는 보안 문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과 미국 우방국들은 화웨이 장비에 백도어(back door, 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가 심어져 있다며 화웨이의 보안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이에 한국화웨이는 보안 우려 해소를 위해 지난해 2월 MWC 2019가 열린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G 장비 보안 인증 결과가 같은해 가을 경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멍 샤오윈(Shawn Meng) 한국화웨이 지사장이 지난 12월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화웨이)
멍 샤오윈(Shawn Meng) 한국화웨이 지사장이 지난 12월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한국화웨이)

하지만 스페인의 민간평가업체인 E&E(2006년 설립, Epoche & Espri)를 통해 진행 중인 화웨이의 5G 장비 보안 인증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심지어 화웨이의 인증은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보안수준에 대해 평가하는 것으로 특정 국가에서 요구하는 보안수준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ST(Security Target) 방식의 CC(Common Criteria) 인증인데 제조사가 스스로 보안수준을 정하고 이를 준수하는지 평가받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 인증 결과가 나오지 않자 한국화웨이는 연말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CC 인증을 위한 모든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발급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발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보안 인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화웨이 측은 “지난 7월 E&E의 검증을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고, 현재 스페인 정부의 인증 발급 절차를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발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 이통사 중 유일하게 5G 3.5㎓ 대역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 중인 LG유플러스의 선택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5G 3.5㎓ 대역에서 화웨이 장비 설치를 배제한 SK텔레콤과 KT가 28㎓ 대역에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보안 문제도 있지만 SK텔레콤과 KT는 국민 여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가 보안 우려나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장비를 설치했던 이유는 5G 초기에는 LTE와 연동되는 NSA(논스탠드얼론, 비단독모드)이기 때문이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2018년에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보안 우려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를 꼭 써야하냐는 과방위 의원들의 지적에 “LTE에서 화웨이를 썼기 때문에 5G도 불가피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LTE 연동이 필요 없는 단독모드인 SA에서는 이 같은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기술력이 화웨이를 다 따라온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SA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선택하는 것은 아무래도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구축된 전국망인 3.5㎓ 장비가 아닌 내년 이후 설치될 28㎓ 장비의 경우 삼성전자가 5G 상용화 이전부터 상대적으로 투자를 많이 한 상황이다. (관련기사/[단독] 삼성, 11월 36셀 '5G장비' 이통사에 공급 "화웨이 따라 잡았다")  

국내 장비 업체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경우 한 셀(AAU)당 가격이 2000만원이라고 컨퍼런스 콜에서 밝혔다. 이는 타사 장비 대비 20%~30% 저렴하다”며 “삼성전자 등 타사의 기술력이 5G 초기보다 많이 좋아진 상황에서 SA에서도 LG유플러스가 보안 우려에도 화웨이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가격 때문일 것이다. 보안 우려나 국민 정서보다 비용 절감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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