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2019년 12월 작성한 2018 자금세탁방지 연차보고서  출처: 금융정보분석원(FIU)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암호화폐)에 대한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이 드러났다. 금융위가 가상자산 대응 기조를 정한 지난 2017년과 2018년 사이 가상자산을 악용한 횡령, 탈세, 자금세탁 사건이 빈번하면서 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디지털투데이는 7일 금융권으로부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가 2018년 11월 발행된 '2017 자금세탁방지 연차보고서'와 2019년 12월 발행된 '2018 자금세탁방지 연차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했다.

FIU는 그동안 수행한 자금세탁방지 대응 과정과 사례, 정책 등을 정리, 분석해 매년 연차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차보고서를 보면 금융위가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 어떤 요인을 우려했는지 또 중점적으로 대응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17 자금세탁방지 연차보고서는 가상자산이 자금세탁의 새로운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원론적으로 언급했다. 

반면 2018 자금세탁방지 연차보고서에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근익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직접 가상자산에 대한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한 내용이 나온다. 2018 연차보고서는 가상자산 대응 보고서라고 할 만큼 가상자산에 관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금융위가 2018년 가상자산 대응을 강화한 것은 이와 관련된 사례가 적발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화폐의 대장 '비트코인'이 최근 상승세로 100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상승원인에 대한 이유 중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성도 거론된다. (이미지=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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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연차보고서는 주요 자금세탁 적발 사례로 가상자산 거래소 사건을 언급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한 가상자산 취급소(거래소) 사내이사 A씨는 여러 은행에 개설한 거래소 법인계좌로 가상자산 거래자들로부터 자금을 입금 받은 후 자신의 개인 계좌와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 등을 이체했다. 일부 자금은 자신의 친인척 계좌로 이체했다.

A씨는 자신의 거래소와 다른 거래소, 개인 계좌와 친인척 계좌 등으로 이체를 반복했다. 그 규모는 수백 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와 A씨는 일부 자금을 횡령하는 것은 물론 자금세탁을 하고 세금을 탈루하기도 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2017년에 거래소 관계자가 이처럼 수백 억원 규모로 불법 행위를 한 것이다.

무역대금 가장한 가상자산 거래로 자금 빼돌려

또 2018 연차보고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의 불법행위 적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A업체가 무역대금을 결제한다며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해 홍콩에 B업체로 가상자산을 송금했다. 이런 거래가 반복적으로 이뤄졌는데 알고 보니 B업체는 A업체 관계자가 설립한 법인이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A업체는 무역대금 결제를 명목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해 해외로 자산을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가 대두되면서 FIU는 2018년 지도, 점검을 가상자산 대응에 중점을 두고 실시하기로 정했다고 한다. FIU는 가상자산을 주요 자금세탁 위험 분야로 정했다. FIU는 가상자산과 관련해 급격하게 성장했으나 규제받지 않는 시장이라는 점과 거래추적 곤란한 점을 악용하는 사례 그리고 외국 불법자금의 국내 반입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2018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FIU와 금융감독원은 2018년 1월 가상자산 거래소와 금융거래가 많은 6개 은행을 대상으로 합동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 은행들이 가상자산 관련 금융거래를 적절하게 식별, 관리하고 있는지 또 가상자산 관련 금융거래 모니터링이 적정하게 이루어지는지 등 전반적인 업무 실태를 살펴봤다는 것이다. 그해 4월 FIU와 금융감독원은 2차로 합동 점검을 진행했다.

또 FIU는 2018년 1월 시행된 ‘가상자산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은행 등에 가상자산 거래소와 이용자가 1일 1000만원, 7일 2000만원 이상 거래하는 경우 의심거래로 보고하도록 요청했다고 한다. 가상자산 거래소에 하루에 1000만원 이상 입금하거나 출금하는 경우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은행들은 가상자산 거래소와 거래로 인해 금융당국의 집중 점검을 받고 거래 내역도 수집, 보고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와 금융거래를 회피하는 원인 중 하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2018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이 자금세탁방지 등과 관련해 보고하는 의심거래보고(STR)이 2017년 51만9908건이었는데 2018년에는 97만2320건으로 전년 대비 87% 폭증했다. 급격히 늘어간 의심거래보고(STR)의 상당수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이미 2018년 가상자산 거래소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통한 자금세탁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금융위는 2018 연차보고서에서 2019년에도 금융위가 가상자산 강경 대응 기조가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2018 연차보고서가 2018년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2019년 12월 만들어진 만큼 2019년 기조도 반영된 것이다.

FIU는 “가상자산, 핀테크 등의 등장으로 인한 금융시장 저변의 확대 및 다변화에 따라 금융을 이용한 자금세탁범죄는 양적으로 크게 증가할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며 “가상자산 등 새로운 자금세탁 이슈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다양한 통계기법이나 신기술 도입을 통한 심사분석기법의 고도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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