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아우디가 올해를 끝으로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DTM)에서 물러난다. 대신 전기차 경주 대회 포뮬러 E에 집중하기로 했다.
1980년대에 출범한 DTM은 세계 최고 투어링카 대회로 인정받는다. 매년 60만명이 경주장을 찾아 ‘직관’을 하고 매 경기마다 150만명이 중계를 시청한다. 35년 동안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 수백만 팬들을 열광시키면서 F1, 나스카, 모토GP 다음가는 모터스포츠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1990년대 후반 중단됐던 대회가 2000년 재개된 이래 아우디는 20년 동안 꾸준히 출전하며 흥행 주축이 되어왔다. 전적도 화려하다. 11차례의 드라이버 타이틀을 포함한 챔피언십 타이틀 23회, 우승 114회, 포디엄 피니시 345회, 폴 포지션 106회, 가장 빠른 랩 112회를 기록했다. 특히 2019년에는 모든 챔피언십 타이틀을 휩쓰는 등 역대 가장 뛰어난 DTM 성적을 남겼다.
올해에는 그러한 성공을 이어 타이틀방어에 나선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아우디는 탄소중립적인 프리미엄 모빌리티 제공 업체가 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모터스포츠 프로그램을 재편성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의 어려움이 경영진의 결정에 쐐기를 박았다.
아우디는 2025년까지 판매의 40%를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채울 계획이다. 마르쿠스 듀스만 아우디 CEO는 “스포티하고 지속 가능한 전기 모빌리티 공급자로의 변신을 추진하는 아우디에게 포뮬라 E는 매우 매력적인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아우디는 2014년 포뮬러 E 대회 출범 때부터 관여했으며 2017/2018 시즌부터 팩토리팀으로 본격 출전하고 있다. 그동안 41개 트로피를 거머쥐며 포뮬러 E에서 가장 성공적인 팀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아우디 뿐이 아니다. 벤츠는 2018년을 끝으로 DTM에서 발을 빼고 2019년 포뮬러 E에 본격 진출했다. 벤츠의 경우 모터스포츠 핵심을 F1에 두고 추가적인 투자는 내연기관(DTM)이 아닌 전기차 경주에 쏟기로 했다.
포르쉐는 2017년을 끝으로 국제자동차연맹(FIA) 세계내구레이스 챔피언십(WEC)의 최상위 클래스인 LMP1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F1으로의 복귀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포뮬러 E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우디와 포르쉐는 폭스바겐그룹 소속이다. 때문에 디젤게이트 이후의 이미지 쇄신과 비용 부담이 모터스포츠 활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뮬러 E는 친환경 미래자동차로 각광받는 전기차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명목도 좋지만, 기존의 세계 최상위 모터스포츠 대회들에 비해 출전에 따른 투자가 적게 들어 비용대비 효율적인 마케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모든 팀이 동일한 섀시와 배터리 팩을 사용하도록 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 부담을 줄였다.
포뮬러 E는 기존 모터스포츠에 비해 경주차 성능이 낮고 엔진 굉음이 없어 속도감이 떨어지지만 도심에서 대회를 열기 용이한 장점도 있다. 관람을 위해 멀리 외딴곳에 떨어진 경주장까지 이동할 필요가 없으므로, 기존 모터스포츠보다 다양한 관객 유입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유력 자동차 회사들의 출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아우디, 벤츠, 포르쉐 외에 BMW도 포뮬러 E에서 뛰고 있다. DTM에서 끝난 독일 제조사들 대결이 무대를 옮겨 펼쳐지는 셈이다. PSA 그룹의 경우 시트로엥 브랜드로 화려한 전적을 남긴 월드랠리챔피언십(WRC) 활동을 접고 DS 브랜드를 포뮬러 E에 출전시키고 있다. 이밖에 르노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닛산, 재규어, 마힌드라, 중국 전기차 브랜드 니오가 포뮬러 E에서 경쟁한다.
한편 DTM은 지난해 ‘고성능이면서도 효율적인’ 600마력 4기통 터보 엔진을 선보였으며, 보다 환경 친화적인 합성 연료 사용을 늘리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2022년에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DTM과 병행될 전기차 경주에 대한 비전까지 제시했다. 수소 연료전지 또는 배터리를 탑재한 미래의 순수 전기 경주용 차는 최고출력 1000마력 이상, 최고속도 300km/h 이상의 성능을 낸다. 뿐만 아니라 경기 중 피트스톱 때는 산업용 로봇이 바퀴를 교체하고 차체 아래에 달린 수소 탱크 또는 배터리 팩을 통째로 바꿔 끼운다.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는 제조사들이 갈수록 전기 구동계에 집중하는 추세에 맞춰 마련한 방안이었지만, 대회 버팀목이었던 독일 3사의 경쟁 구도는커녕 당장 내년부터 BMW의 독주만 남게 되면서 앞날이 깜깜해졌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중국 자본의 힘’ 보여주는 2000마력 전기 스포츠카
- 자동차 경험도 '랜선'으로...’월컴 투 디지털’
- 포뮬러 E 5라운드, DS팀에 첫 우승 안긴 다 코스타
- 포뮬러E 멕시코전, 파나소닉 재규어 미치 에반스 우승
- ‘선수 눈으로 보는 전기차 경주’ 포뮬러E 중계방송
- "미래형으로 진화" 포뮬러 E 전기 경주용 차 ‘Gen2 EVO’
- 벤츠 EQ, 전기차 레이스 ‘포뮬러 E’ 첫 출전에 시상대 올라
- [LA오토쇼] 30년 만에 포뮬러 경주로 돌아온 포르쉐 99X 일렉트릭
- 포르쉐도 피하지못한 코로나19…1Q 영업익 34%↓
- 한국자동차공학회,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참가 팀 모집
- 中 자율주행 기대주 '위라이드', 우천시 야간주행...로보택시 준비?
- 올해 로봇 1500대 보급...제조혁신 가속·서비스 신시장 창출
- 신형 아우디 Q5 가솔린 출시…5992만~6292만원
- 애플워치로 제어하고 맥박 기록까지…신형 포르쉐 앱
- 토요타, 온라인 레이싱 대회 개최…한국서도 출전 가능
- 집에서 둘러보는 독일의 스포츠카 박물관
- 다양한 전기차로 유럽시장 노크하는 중국 BYD
- 코로나19로 전기차 판매 18% 하락 예상, 장기 전망은 밝음
- BMW그룹, 신형 미니 컨트리맨 공개
- 독일, 모든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 보급 ... 보조금도 2배
- "포뮬러 E 몰랐네~" 일론 머스크, 레이싱 지식 부족 드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