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의 종언’, 후속 없이 단종되는 벤틀리 뮬산
‘한 시대의 종언’, 후속 없이 단종되는 벤틀리 뮬산
  • 민병권 기자
  • 승인 2020.04.2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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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묵은 6.75리터 V8 엔진과 함께 역사 속으로

[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차체 길이 5.575m(롱휠베이스 버전은 5.824m) 덩치에 6.75리터 엔진을 탑재한 초대형세단, 벤틀리 뮬산(Bentley Mulsanne)이 올해 단종된다. 2009년 공개, 2010년 고객 인도를 시작한지 10년만이다.

벤틀리 뮬산
벤틀리 뮬산

뮬산은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인수된 벤틀리가 영국 럭셔리카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데 상징적 역할을 해왔다.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하위 모델들, 즉 플라잉스퍼나 벤테이가와 달리 그룹 내 다른 차들과 플랫폼을 공유하지 않았고, 벤틀리의 역사적인 크루 공장에서 장인들이 400시간씩 걸쳐서 한대를 완성하는 ‘찐’ 럭셔리카의 정도를 걸었다.

그만큼 수요는 적었고 갈수록 SUV가 시장을 잠식해 판매는 더 줄었다. 뮬산은 10년간 7300대 팔렸는데, SUV 모델인 벤테이가의 2년 판매대수에도 미치지 못한다. 벤테이가는 연간 1만대를 넘어선 벤틀리 세계 판매대수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반면 뮬산은 최근 몇 년간 1년에 500대를 파는 수준이었다. 강화된 규제에 맞춘 신차를 개발하자면 수지타산 맞추기가 어렵다. 뮬산이 후속모델 없이 단종되고 하위 모델인 플라잉스퍼 신형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된 이유다. 아울러 향후에는 벤틀리가 초대형 세단 아닌 SUV 형태의 플래그십 모델을 내놓을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벤틀리 뮬산
벤틀리 뮬산

현재의 뮬산은 1930년 창업자 W.O. 벤틀리가 내놓았던 ‘8리터’ 모델 이래 80년만에 처음 등장한 벤틀리 독자 개발 플래그십이다. 그 사이는 벤틀리와 롤스로이스가 플랫폼을 공유했다. 예를 들어 1980년 나온 이전 세대 뮬산은 당시의 롤스로이스 실버스피릿, 실버스퍼와 형제차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걸쳐 롤스로이스 상표는 BMW그룹으로, 벤틀리 상표와 시설, 설계는 폭스바겐그룹으로 쪼개져 인수됐다. 이후 롤스로이스는 7세대 팬텀, 벤틀리는 뮬산을 플래그십 모델로 내놓으며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팬텀은 2017년 8세대 모델로 진화하며 SUV 컬리넌과 뼈대를 나눴고, 전동화를 통한 수명연장까지 모색하고 있다. 반면 뮬산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할 새 플라잉스퍼에게 자릴 물려주고 ‘그랜드 벤틀리(Grand Bentley)’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벤틀리 뮬산 엔진
벤틀리 뮬산 엔진

팬텀과 뮬산은 똑같이 ‘6.75리터’ 엔진을 품고 있지만 팬텀은 BMW그룹에서 만든 V12를 탑재한다. 뮬산 심장은 60년전부터 롤스로이스와 벤틀리가 함께 사용해왔던 L시리즈 V8 엔진에 뿌리를 둔다.

1959년 벤틀리 S2에 처음 탑재한 이래 여러 차례 재설계를 거쳤지만 기본 개념과 치수는 그대로 유지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끊임없이 생산되며 살아남은 V8로 꼽힌다.

이 유서 깊은 6.75리터 V8 또한 뮬산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뮬산의 마지막을 알리는 한정판 30대가 ‘6.75 에디션’으로 이름 지어진 이유다. 이 엔진을 품은 ‘스포티 버전’ 뮬산 스피드는 최고출력 537마력, 최대토크 1100Nm(112.2kg·m)를 발휘한다.

0→100km/h 가속 시간은 4.8초, 최고속도는 305km/h이다. 참고로 ‘뮬산’은 1924~1930년 벤틀리가 다섯 차례 우승했던 르망24시 경주 중 최고속도가 나오는 뮬산 스트레이트 구간에서 따온 이름이다.

벤틀리 뮬산
벤틀리 뮬산

물론 ‘그랜드 벤틀리’의 위엄을 만든 것이 가공할 성능만은 아니다. 400시간에 걸쳐 한대의 뮬산을 완성하는 과정은, 요즘 차 답지 않게 사람 손으로 차체를 5800번 용접하는 단계부터 시작된다. 접합한 부분이 티 나지 않도록 연마해내는 것도 물론 사람 손이다.

각 부분을 서로 다른 깊이로 칠하기 위해 로봇 아닌 장인이 직접 분무한다. 양털을 이용한 표면 광택에는 12시간이 걸린다. 호화로운 실내 가죽 마감을 만드는 데는 옵션 제외하고도 150시간이 소요된다.

다행히 이러한 수작업 공정은 뮬산과 함께 사라지지 않는다. 벤틀리의 개별주문 전담부서인 뮬리너를 통해 다양한 한정판 및 옵션들에 구현될 예정이다. 뮬산 생산은 이달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다소 늦춰졌다.

신형 벤틀리 플라잉스퍼
신형 벤틀리 플라잉스퍼

한편 벤틀리는 지난 2월 유럽을 시작으로 신형 플라잉스퍼 고객인도에 나섰다. 폭스바겐그룹의 6.0리터 W12 엔진을 탑재하고 가격은 18만유로(2억3853만원)부터다. 국내가격이 4억후반대로 알려진 뮬산과 비교된다. 벤틀리는 새 플라잉스퍼가 연간 판매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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