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를 상징하는 색깔의 응원봉이 물결을 치고, 가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관객들의 '떼창'과 함성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공연이 절정에 가까워지면 내 몸이 현장 분위기에 압도 당한다.

이런 오프라인 콘서트만의 뜨거운 현장감을 온라인이 대체할 수 있을까.

SM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가 선보인 슈퍼엠 온라인 콘서트[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가 선보인 슈퍼엠 온라인 콘서트[SM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공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새로운 온라인 공연 체험을 고안하려는 K팝 대형 기획사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언택트 시대' 온라인 공연 체험의 혁신이 새 비즈니스 모델 정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SM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 그룹 슈퍼엠(SuperM)이 지난 26일 선보인 '슈퍼엠 - 비욘드 더 퓨처'는 최초의 '온라인 맞춤형' 콘서트라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SM이 콘텐츠를 제작하고 네이버가 플랫폼을 지원하는 '비욘드 라이브' 공연 시리즈 첫 주자다.

오프라인 공연을 생중계하거나 과거 실황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아예 디지털에 맞춘 새로운 환경에서 공연을 기획했다. 증강현실(AR)로 구현한 호랑이가 튀어나오고, 실시간 3차원(3D) 그래픽으로 비 내리는 공간을 구현하는 등 각종 기술을 통해 온라인 콘텐츠에서만 가능한 볼거리를 선보였다.

예매 전쟁을 뚫어야 하고 객석마다 시야도 다른 오프라인 콘서트와 달리 접근성에 제한이 없고 모든 관객이 평등하게 퍼포먼스 디테일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슈퍼엠 멤버 텐은 공연에서 "오프라인 공연에 못 담은 디테일들이 다 채워지는 거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가 선보인 슈퍼엠 온라인 콘서트[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가 선보인 슈퍼엠 온라인 콘서트[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공연을 유료(3만3000원)로 서비스하며 수익 모델화도 시도했다. 7만5000여명이 동시 관람해 시청료만 따져도 산술적으로 24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SM은 27일 보도자료에서 "통상적으로 인기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가 회당 평균 1만 명 규모로 진행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에 개최한 '비욘드 라이브'는 1회의 공연으로 오프라인 대비 7.5배 관객을 동원해 새로운 콘서트 비즈니스로서의 성장을 기대케 했다"고 자평했다.

SM의 '비욘드 라이브'가 온라인 공연만의 비교우위를 적극 활용해 현장감 부족을 상쇄했다면,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플랫폼 기술을 통해 오프라인에 흩어진 팬들을 하나로 연결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정서적 유대를 만들었다.

방탄소년단 '방방콘' 관련 통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 '방방콘' 관련 통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빅히트는 지난 18∼19일 방탄소년단의 과거 콘서트와 팬 미팅 실황 8편을 24시간에 걸쳐 무료 공개하는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를 선보였는데, 최대 224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특히 관심을 끈 대목은 응원봉 '아미밤'을 자체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에 연동시킨 것이다.

실제 콘서트에서처럼 수만 개 응원봉이 한데 반짝이는 장관을 볼 수는 없지만, 각자 집에 있는 팬들의 응원봉 색깔이 영상에 맞춰 동시에 바뀌면서 팬들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이틀간 이런 방식으로 연결된 '아미밤'은 전 세계 162개 지역에서 약 50만 개에 달했다. 팬들은 응원봉 모습과 관람 소감을 SNS 등으로 실시간 공유하며 함께 공연을 보고 있다는 일체감을 나눴다.

팬 커뮤니티 위버스로 응원봉 연동 안내한 '방방콘'[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팬 커뮤니티 위버스로 응원봉 연동 안내한 '방방콘'[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동안 빅히트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 위버스와 팬 커머스 플랫폼 위플리 등 자체 플랫폼 구축에 힘을 쏟았다. 방탄소년단의 거대 팬덤을 자체 플랫폼으로 결집해 새로운 팬 경험과 소통·소비 방식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번 시도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대형 기획사 두 곳이 연이어 선보인 온라인 공연 시도는 '언택트 시대'를 맞아 돌파구를 고민하는 국내 가요계에도 시사점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K팝 가수들이 주요 매출을 거두는 공연 사업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되다시피 하면서 가요계도 온라인을 통한 수익 다변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창구가 그동안 수익처보다는 '마케팅 활용처'에 가까웠기 때문에 고민도 크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튜브 등을 친화적인 콘텐츠 창구로 활용했다면, 유료 콘텐츠로서 질적인 향상을 이뤄야 한다는 숙제를 모든 기획사가 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공연이 새로운 모델로 정착될 경우 코로나19 종식 이후 공연업계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린다. 물론 실제 공연장만이 선사할 수 있는 일체감과 현장감 등의 '감각'을 온라인 공연이 대체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많다.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시간이나 자본의 제약으로 시도할수 없던 온라인 체험이 오프라인 공연과 상호보완적으로 같이 가는 방식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소규모 공연의 경우 온라인 공연으로 오히려 위축되면서 일종의 양극화가 심해질 수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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