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 기자리뷰ㅣ

사이버틱하면서 견고한 디자인
이 제품은 젠하이저의 하이엔드 헤드폰이다. 젠하이저 전문 엔지니어들이 하루 50대, 연간 5000대만 생산하는 명품 헤드폰이다. HD800시리즈는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각각의 시리얼 넘버가 헤드밴드에 각인돼있다. 전문가용이 아닌 일반용으로 분류하면서도 가격은 160만원대에 이른다.

커다란 박스에 헤드폰 본체와 6mm케이블을 갖춘 분리형 케이블이 들어있다. 박스가 큰 느낌이 들지만 제품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내장재를 채택해 ‘고급스러운 제품이다’라는 것을 박스에서부터 느끼게 한다.

디자인은 사이버틱하다. 무광은색과 블랙 컬러의 조화가 시원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을 준다. 소재는 항공기에서 금속대신 사용하는 특수플라스틱 소재를 채택해 제품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젠하이저 프리미엄 헤드폰 'HD800'

헤드유닛은 엄청나게 크다. 귀를 덮는 수준이 아니라 헤드유닛 안에서도 자리가 남는다. 귀를 덮는게 아니라 얼굴의 좌우 측면을 덮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메인유닛과 헤드벤드가 연결되는 조인트 부분에는 알루미늄 재질의 심을 넣어 튼튼하고 견고하게 연결했다.

제품 좌우구분이 애매한 제품들도 많은데 이 제품은 헤드유닛과 밴드가 만나는 은색의 조인트 부분에 큼지막한 고딕체로 좌·우(L/R)가 표시돼있다. 눈에 확 들어와서 좋긴한데 사실 좀 촌스럽다. 아니 너무 정직하다는 느낌이어서 살짝 웃음도 나온다.
 

젠하이저 HD800 정면과 측면

사람을 생각하는 ‘고급스러움’
조인트 옆으로 헤드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케이블 연결 단자가 있다. 메탈소재의 연결단자는 상당히 견고해보이고 그만큼 신뢰감도 준다. 케이블 역시 좌·우가 구분되어 있고 헤드유닛에 직접 연결되는 부분은 마찬가지로 메탈소재로 만들어 견고해 보인다. 좌우를 잘 구분해 단자에 꽂으면 ‘착!’ 하고 빈틈없이 달라붙는 느낌으로 연결된다.

분리형 케이블도 고급제품답다. 케이블은 상부에서 좌우로 나뉘는 ‘Y’자형이고, 좌우가 나뉘는 부분은 두터운 고무로 지지해 단선을 방지했다. 좌·우 독립케이블은 3㎜ 두께의 두꺼운 케이블을 사용했으며, 좌우가 하나로 모이는 메인 케이블은 고무 위에 잘 짜여진 천으로 한번 더 감쌌다.
 

메인 유닛은 얼굴 옆면을 덮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다

헤드밴드와 메인유닛의 피부와 접촉되는 부분은 매우 부드러운 알칸타라(Alcantara)사의 엑센느(Ecsaine)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소재로 가죽도 아니고 천도 아닌 첨단 소재다. 내구성은 가죽의 2.6배이고, 통기성이 매우 뛰어나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소재다.

면보다 위생적이고 피부 친화적인 소재로, 유럽에서는 가장 갖고 싶은 소파 소재로 유명하다. 람보르기니, 마이바흐, 페라리, BMW 등 고급 자동차 시트나 호화요트, 비행기 VIP석, 특급호텔의 최고급 룸 등에 주로 사용된다.

해드밴드 쿠션과 이어커버 및 방진 커버는 분리가 가능해 청소하기 편하다.
HD(High Difinition) 300파이(Ω) 드라이버를 채택해 고품질의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다 일반 헤드폰의 2~3배에 달하는 6Hz~51000Hz(-3dB)의 넓은 주파수 대역을 갖춰 모든 대역의 소리를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재생한다.
 

1-분리형 케이블 방식으로 고장을 줄이고, 청소와 휴대를 간편하게 했다
2-케이블 유닛 접속부는 메탈소재를 채택해 견고하다
3-헤드밴드와 메인유닛이 연결되는 조인트는 알루미늄 심으로 고정해 내구성을 높였다
4-High Definition 드라이버를 채택해 넓은 대역의 음을 고루 소화한다

음악 감상용 개방형 헤드폰
헤드폰은 크게 개방형과 밀폐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개방형 헤드폰은 메인유닛의 뒷부분(바깥쪽)이 뚫려 있다. 때문에 진동 패드는 음의 누설을 제어하는 재질로 사용되는데, 헤드폰을 착용해도 외부의 소리가 쉽게 유닛 안으로 들어온다. 구조적으로 차음이 안되는 제품인 것이다. 하지만 개방형 제품의 경우 음악감상용으로 튜닝이 잘 된 경우가 많다.

이 제품 역시 개방형 헤드폰이다. 메인유닛의 검정색 플라스틱 커버 안쪽을 은색의 금속소재가 막고 있는데, 이 금속소재는 얼핏보면 헤어라인 알루미늄 소재로 착각할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매우 촘촘한 망사인 것을 알 수 있다. 헤드유닛 안쪽은 메쉬소재의 천이 울림판을 덮고 있다.

개방형인 만큼 사운드가 밖으로 새나가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음악감상을 하는데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워낙 유닛이 크고 깊이있는 사운드를 내는 제품이기 때문에 굳이 볼륨을 크게 높이지 않아도 풍부한 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최소의 공명설계로 사실적이며 자연스러운 사운드의 감상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음을 알 수 있다. 이어캡과 배플은 독점 제작된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하나의 부품을 사용해 음의 간섭을 최소화했다. 
 

ㅣ전문가리뷰ㅣ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 노익환 음향감독

제품을 받기 전 젠하이저의 홈페이지(www.sennheiserusa.com)에서 대략의 정보를 살펴봤다. 홈페이지 상에는 이 제품이 퍼스널 오디오 카테고리 내의 ‘어라운드 더 이어 헤드폰’으로 분류되어 있다. 상품의 분류는 지극히 회사의 판단이며 퍼스널 오디오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전문 직종의 사용자를 포함, 대다수의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범용 제품이며 동시에 마니아를 위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받았다.



착용감 편하고 귀 전체 덮어
큼지막한 직사각형 케이스를 건네 받았다. 뚜껑을 열어보니 HD800본체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다른 부속품이 없어 심플하다. 흔히 있는 보관파우치나 연장 케이블 등이 없는 것은, 제품만으로 ‘품질’을 보여주겠다는 젠하이저의 의지가 아닐까 싶다.

마치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HD800의 외관은 헤드밴드 형식이며, 타원형의 본체와 블랙-실버가 적절히 매치된 컬러는 곡선과 어두운 계열 색상이 대부분이었던 이전까지의 젠하이저제품들과 차별을 둔다.

 

선재는 은도금 무산소 구리, 커넥터는 금도금 스테레오 플러그가 채용되어 있고 헤드폰 본체와 착탈식 커넥터로 분리 결합할 수 있어 청소나 보관, 교환이 가능한 것이 큰 장점으로 보인다.

다만, 사용자를 위한 3.5mm 스테레오 변환 젠더나 케이블의 부재가 아쉽다. 일반 사용자들의 포터블 기기에는 HD800의 6mm플러그가 대부분 맞지 않는데 시중에 저렴히 판매되고 있는 변환기로 단자를 변환시켜 주는 것이 가능하지만 헤드폰의 성능이 충분히 발휘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음향장비들과 전용 헤드폰 앰프 등에서 사용하기에 큰 제약이 없지만 가격을 생각할 때 적정 수준의 변환기를 기본 구성에 포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어 마개가 귀 전체를 덮는다. 이제까지 착용해본 제품 가운데 사이즈가 가장 크지 않나 생각된다. 이어패드와 헤드패드에 알칸타라 섬유의 채용으로 촉감은 물론 착용한 느낌이 상당히 편하다.
기본적으로 좌, 우 간격이 넓다 보니 쓰고 벗는 것도 자유롭고 오랜 시간 착용해도 부담스럽지 않다.

라이브 현장에선 아쉬운 ‘개방형’ 헤드폰
이번 HD800은 음향 엔지니어로서의 사용 소감을 위해 실제 현장에서 주로 청취해봤다.
현재 장기 공연으로 진행되고 있는 음악극을 포함해 클래식 연주회, 세미나 그리고 틈틈이 외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연이 그 대상으로 각기 다른 성향의 소리를 내어 주는 소스들이라 헤드폰 리뷰에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상대적으로 음압이 크거나 사용 악기간의 편차가 큰 음원들을 접할 수 없었던 아쉬움은 있다. 청취는 믹싱 콘솔(yamaha사 M7CL과 LS-9, soundcraft사 GB8, midas사 VENICE)의 헤드폰 단자(6mm)로 이루어졌는데 라이브 현장의 음향 엔지니어들은 주로 이 단자를 통해 음원의 개별적인 확인, 전체적인 밸런스, 계통에 따른 신호의 확인 등을 한다. 참고로 분리된 공간에서의 청음이 아닌 무대와 ‘같은 음장(음파가 전파되는 장소)’에서 청취하였음을 밝혀 둔다.

우선 HD800이 개방형 구조라는 언급을 해야겠다. 개방형 제품은 헤드폰을 쓰고 있는 상태에서 외부의 소리가 내부에서 들리고 내부에서 확성되는 소리도 외부로 새어나간다. 바꾸어 말하면 헤드폰을 쓴 상태에서 기기의 볼륨이 아주 높지 않다면 내, 외부 소리의 구별이 어렵고 외부에서도 헤드폰 안의 소리가 들린다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라이브 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전 대역 고루 표현돼
공연장 내부로 확성이 없었던 클래식 연주회(40인조 오케스트라와 솔로악기 협연의 편성)와 약간의 확성만을 했던 합창 공연(30인조 혼성합창단)에서 소리를 들어보았다.

이전까지의 젠하이저 헤드폰에서 느껴지던 중·저음의 단단한 느낌이 적고, 저역부터 고역까지 고루 표현해준다. 전 대역이 고루 표현된다는 것은 각 대역간의 마스킹 현상(큰 레벨의 신호에 의해 작은 레벨의 신호가 가려져 없어진 것처럼 보이는 효과)이 적다는 얘기와도 통한다.

이 것은 개인별로 좋아하는 음악 성향이 달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엔지니어로서, 편중되지 않은 사운드 재생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흠을 잡자면 단단한 저음역대를 느끼기에 약간 퍼지는 느낌인데 이 마저도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공간감은 상당히 넓고 깊다. 헤드폰의 특성상 음상이 머리위로 그려지는데 HD800은 스테레오 모니터 스피커로 듣는 정도는 아니지만 음상이 앞, 뒤로 확산된 느낌이어서 과장을 조금 보태면 소규모 홀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또한 오케스트라 연주와 합창은 다이내믹 레인지(dynamic range – 신호의 최대 레벨과 최소 레벨의 폭)가 커서 그만큼 헤드폰의 반응 특성을 잘 나타내어 줄 수 있는 부분인데, 레벨이 올라감과 내려감에 따른 이질감이 없이 매우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다음으로 공연장 내부에서 스피커 확성이 이루어졌던 스피치(speech) 위주의 세미나와 음악극에서 들어보았다.

사용한 마이크가 무선마이크이기 때문에 음색, 음질의 차이는 있으나 이를 배제하고 보면 콘솔에서 조작한 그대로 헤드폰에 표현되는 느낌이다. 위에서 언급한 반응성의 내용과 상통하는 얘기이며 매우 사실적인 소리를 낸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공연장 내부의 스피커로 확성이 이루어진 상황이기에 헤드폰만의 소리를 듣기에는 어려움이 있었고 그로 인해 미세한 청취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추가적으로 TASCAM CDX-1500 CD플레이어를 콘솔에 연결해 가장 자주 듣는 음원인 TOTO의 ‘Rossana’ 를 들어보았다. 물론 공연장 내부로 어떠한 확성도 하지 않고 헤드폰만으로 청취했다.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나 여타 헤드폰에서 들을 수 없었던 명료함과 공간감이 느껴졌다.

흠잡을데 없지만 착색 불가피
이 제품은 흠잡을 데가 없는 제품이지만, 전체적인 평탄한 주파수 응답 특성 때문에 이에 매칭되는 앰프나 케이블의 변화에 따라 많은 착색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방형 헤드폰의 특성상 라이브 음향 엔지니어가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것이라 생각되는데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그리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HD800은 사용하기에 따라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 분명하지만 그간 사용해 온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들을 수 없었던 많은 소리를 들려줬다. 전작인 HD650과 비교해 부담되는 가격만 낮춰진다면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구매를 고려해 볼 만하다.

차후 HD800을 잇는 어떤 플래그십 모델이 출시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까지는 젠하이저의 최상의 모델인 동시에 그 가치는 최고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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