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약 12년 만에 최저인 -1.4%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가 크게 위축되면서 성장률이 주저앉았다.
2분기(4~6월) 들어서도 내수가 정상궤도로 올라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데다 수출도 타격을 받으면서 성장률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연간 성장률이 플러스(+)를 기록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22일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60조970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속보치에는 1, 2월과 3월 중순까지의 경제 활동 결과가 반영돼 있다.
-1.4%의 감소율은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은 1.3%로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2009년 3분기(0.9%) 이후 10년 반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월부터 시작된 국내 감염병 확산으로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은 1998년 외환위기 때와 버금가는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항목별 성장률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재화 구입은 물론 여행, 오락과 같은 서비스 분야 지출이 감소하면서 민간 소비가 전 분기 대비 6.4% 줄었다. 이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덮쳤던 1998년 1분기(-13.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도소매, 숙박음식업, 운수, 문화활동 등이 몰린 서비스업 성장률이 1998년 1분기(-6.2%) 이후 가장 낮은 –2.0%를 기록한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반면 정부 소비는 각종 지출을 늘리면서 0.9% 증가했다. 정부소비는 작년 4분기 증가율이 2.5%에 달해 올해 1분기엔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예산을 조기 집행한데서 비롯됐다.
이에 민간 분야의 성장 기여도는 –1.5%포인트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1.9%포인트) 이후 가장 낮았다. 정부의 수출 기여도는 0.2%포인트다.
민간소비는 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항목이다. 통상적으론 분기별 변화폭이 그다지 크지 않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체 실질 GDP를 3.1%포인트 끌어내렸다.
소비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비교적 선방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늘어 0.2%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1.3% 늘었다. 수출은 2% 줄어 코로나19발 충격이 민간소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했다.
자동차, 기계류, 화학제품 수출이 감소했지만,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지속한 게 이를 상쇄했다. 제조업은 운송장비 및 1차 금속제품이 감소했으나 반도체 부문의 증가가 이를 상쇄해 전체적으론 1.8% 감소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전기 대비 0.6% 감소했다.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감소폭이 실질 GDP보단 적었다.
다만 1분기 한국경제가 코로나19의 조기 확산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 충격을 받았지만, 중국과 비교해선 충격 정도가 현격히 작았다.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1분기 중국경제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8%를 기록했다. 전기 대비로는 -9.8%를 나타냈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3월 이후 세계 각국으로 감염병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외 13개 기관의 2분기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3%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3.1%로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 기관 모두 2분기에도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 덮쳤던 2003년이 1분기(-0.7%)와 2분기(-0.2%)이 마지막이다.
특히 수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들어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폭은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확산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세계 소비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충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 줄었다. 중국(―17.0%) 미국(―17.5%), 유럽연합(―32.6%)을 향한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중국도 글로벌 수요 감소로 수출이 줄면서 한국의 대(對)중국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었다. 또한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WTI)이 석유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로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세계 경기가 단기간 내에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도 낮다.
연간 성장률이 플러스(+)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9일 기자회견에서 “2분기 중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것을 전제로 하면, 올해 1%대 성장은 어렵지만 한국 경제는 플러스 성장은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2.2%)보다 3.4%포인트 떨어진 –1.2%로 예측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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