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IBK기업은행 한 지점 앞에 붙어 있는 안내문. (사진=고정훈)
22일 IBK기업은행 한 지점 앞에 붙어 있는 안내문. (사진=고정훈)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코로나19 대출 공급액이 시중은행의 3배 수준인 IBK기업은행이 일부 지점에서 신규 대출 접수 인원을 하루 30명으로 제한해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일고 있다. 신규 대출 문의 폭주와 기금 소진이 주 이유다. 정부의 '빠른 대출' 강조가 오히려 코로나19 관련 신규 대출 기금 소진을 앞당겼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가 소진 기금에 대한 대책을 새롭게 내놨지만, 금리가 오르고 대출한도는 줄어 또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일부 지점에서 하루 30명만 신규 코로나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융당국이 코로나 관련 대출과 관련해 속도를 내라고 강조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이는 상담이 어려울 정도로 대출 문의는 몰리고 있지만 대출 기금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22일 의정부 한 기업은행 지점에서는 오전 7시부터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후 9시부터 대출 상담이 시작됐지만, 새롭게 찾아오는 인파로 대기열을 쉽게 줄지 않았다. 한 소상공인은 “신규 대출을 받기 위해 기업은행만 3번은 방문했다”며 “오늘 오전 7시부터 대기해 겨우 대출 접수를 할 수 있었다. 이른 시간임에도 내 앞에 7명 정도가 대기하고 있었다. 만약 더 늦게 왔다면 이번에도 접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구직원도 어려움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창구직원은 “의정부 시민들뿐만 아니라 양주 지역에서도 대출상담이 들어오면서 상담 전화만으로도 애를 먹고 있다. 주민 번호 끝자리로 상담 홀짝제를 시작했지만, 현재 인원으로는 소화할 수 없는 인원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한꺼번에 기업은행으로 신규 대출건이 몰린 것은 소상공인진흥기금이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소상공인 긴급대출 프로그램' 시행 초기 상대적으로 저신용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진흥기금으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후 차선책으로 기업은행으로 신규 대출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운영 중인 소상공인 긴급대출 프로그램은 저신용(신용등급 7등급 이하) 대상 소상공인진흥기금 대출(2조7000억원)과 중신용자(4∼6등급) 대상 기업은행 초저금리 대출(5조8000억원), 고신용자(1∼3등급) 대상 시중은행 이차보전 대출(3조5000억원)으로 신용등급에 따라 나눠져 있다.  

정부의 '빠른 대출' 강조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31일 정부는 기업은행과 '초저금리 특별대출 간편 보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은행과 지역신용보증재단을 모두 방문할 필요 없이 기업은행 내에서 대출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금융당국도 여러 차례 ‘면책’을 강조하며 빠른 대출을 강조한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같은 빠른 대출 진행이 오히려 관련 기금 소진을 앞당긴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르면 이번달 내로 기업은행 초저금리 대출 기금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소상공인진흥기금 소진에 이어 기업은행 초저금리 대출 자금도 바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소상공인진흥기금 소진에 이어 기업은행 초저금리 대출 자금도 바닥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때문에 이날 정부는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현재 진행중인 1단계 긴급대출 프로그램에 정부 예비비 4조4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총 16조4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금리와 한도, 지원조건 등은 1차 지원과는 다른 방향으로 재설계된다. 

그동안 긴급대출은 낮은 금리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소상공인들이 접하는 제2금융권 대출금리(연 20%)보다 현저히 낮아 기존 대출에 대한 대환 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꼭 필요한 소상공인에게 자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칼을 빼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에 소상공인 사이에서는 "이번에도 지원을 못받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불안감이 늘어나고 있다 . 

이날 만난 한 소상공인은 “자영업자의 경우 코로나로 피해를 받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서류를 떼기 어렵지 않다. 편의점에서도 카드거래내역서상 매출을 줄이는게 가능한데, 현금 장사를 하는 업자들은 더 심할 것”이라며 “빠른 대출을 강조하다가 오히려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게 됐다. 지급기준이 바뀌면 또 어떤 어려움이 발생할지 몰라 두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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