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정부가 은행과 보험, 증권사 등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전체 자금 공급여력을 206조∼394조원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과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증권사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 금융회사에 대한 유동성·건전성 규제가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1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금융규제 유연화 방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대출 확대와 상환 유예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금융권의 부담을 줄여주면서도 자금 공급여력을 넓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LCR 규제는 오는 9월까지 완화된다. LCR는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 현금 유출액 대비 고(高)유동성 자산의 비율이다. 외화 LCR는 80% 이상에서 70% 이상으로, 원화와 외화를 합한 통합 LCR는 100% 이상에서 85% 이상으로 낮췄다.
100%를 맞춰야 하는 은행 예대율도 내년 6월까지 5%포인트 이내 범위에서 위반해도 경영개선계획 제출 요구 등 제재를 받지 않는다. 예대율을 산정할 때 올해 취급한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중치를 100%에서 85%로 낮춰 계산한다. 예대율을 완화하면 은행의 자금 공급여력은 71조60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대율 완화조치가 부동산 시장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인사업자·법인 대출 중 신규 주택임대업·매매업 대출에 대한 가중치는 가계대출과 같은 수준(115%)으로 올렸다. 저축은행(110% 이하)과 상호금융조합(80∼100% 이하)도 내년 6월까지 10%포인트 이내에서 위반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는 늘어난다. 다른 자회사에 대한 자회사의 신용공여 한도와 합계액이 각각 자기자본의 20%, 30%로 10%포인트씩 증가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5대 주요 은행이 계열사에 12조9000억원 상당의 신용을 추가 공급할 여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사의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출자에 따른 자본적립 부담도 낮아진다. 은행의 경우 상장주식 보유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치가 현행 300%에서 100%로 내려간다. 보험사(8∼12%)와 증권사(9∼12%)의 출자액에 적용되는 위험값은 각각 6%, 4.5∼6%로 낮아진다.
또 증권사의 기업 대출 채권에 대한 NCR 규제도 완화해 기업 자금 공급을 활성화한다. 은행의 거액 익스포저(대출·보증 등 위험노출액) 한도 규제의 시행 시기는 내년 이후로 연기된다. 거액 익스포저 한도 규제는 거래 상대방별 익스포저를 국제결제은행(BIS) 기본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사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만기 연장·상환 유예 대출과 관련해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할 필요가 없고 미수 이자를 회계상 이자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를 통한 보험사의 채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 출자 허용, 카드사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 확대(6배→8배), 보험 설계사의 대면 채널 모집 시 전화 모집(TM) 절차 준용 허용, 여신전문금융회사·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 한시 완화, 저축은행 영업구역내 의무여신비율 한시적 적용 유예 등도 방안에 담겼다.
업종별로 보면 은행 71조6000억∼259조원, 증권사 8조6000억원, 카드사 54조4000억원, 저축은행 6조6000억원, 상호금융조합 65조1000억원 등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규제 유연화 조치로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관련 동향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 발생 시 감독 강화 등 필요한 조치를 적기에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