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벤틀리가 버킨 블로워(Birkin Blower)의 디지털 모형을 완성했다.

버킨 블로워는 1929년 팀 버킨(Tim Birkin)이 제작하고 몰았던 벤틀리 경주용 차 ‘팀 블로워(Team Blower)를 의미한다. 벤틀리 역사상 가장 짜릿하고 상징적인 모델 중 하나로서 현재까지 남아있는 벤틀리 중 가장 가치 높은 차로 평가받는다.

벤틀리 버킨 블로워 디지털 모형
벤틀리 버킨 블로워 디지털 모형

이런 차를 벤틀리의 비스포크 및 코치빌드 전담부서인 뮬리너(Mulliner)에서 레이저 스캔 등을 통해 디지털 CAD(Computer Aided Design) 모형으로 옮겼다. 복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다.

벤틀리는 지난해 가을 ‘블로워 컨티뉴에이션 시리즈(Blower Continuation Series)’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팀 버킨의 1929년 슈퍼차지드 4½리터 ‘팀 블로워’를 그대로 복제해 12대의 차를 새로 만들고 판매까지 한다는 내용이다.

12대의 새 차를 완성하기까지 소요기간은 2년으로 잡았다. 우선 오리지널 차 전체의 본을 떠 완전한 3D 디지털 모형을 만든 뒤, 이를 밑바탕 삼아 1920년대 거푸집과 고정 틀, 최신 제조기술과 기존 수공구를 동원해 12대분의 부품을 만들어낸다. 그 다음 벤틀리 뮬리너의 숙련된 장인들이 12대의 새로운 블로워를 완성한다.

디지털 모형을 만들기 위한 표본으로는 벤틀리가 2000년부터 소장하고 있는 팀 블로워(섀시 번호 HB 3403)를 사용했다. 외관만 본뜨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품을 동일하게 제작해야하는 만큼, 90년된 차를 완전히 해체하고 개별 구성요소들로 분류해 각각을 정밀하게 3D 스캔했다.

벤틀리 블로워 컨티뉴에이션 시리즈
벤틀리 블로워 컨티뉴에이션 시리즈

사람이 일일이 측정하는 과정을 병행해 완성된 CAD 모형은 70개 어셈블리, 630개 부품으로 구성됐고 데이터 용량은 2GB 이상이다. 두 명의 전담 CAD 엔지니어가 스캔 데이터와 측정값을 바탕으로 디지털 모형을 완성하기까지 1200인시(근로시간)가 소요됐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엔지니어들은 재택근무를 통해 작업을 끝냈다.

1920년대 말 버킨이 경주를 위해 만든 팀 블로워는 4대뿐이다. 이들 모두 유럽을 무대로 활약했는데, 가장 유명한 차는 팀 카 2번(등록번호 UU 5872)이다. 르망에 출전했고 1930년 벤틀리 스피드 식스의 승리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것이 바로 이번에 표본이 된 벤틀리 소장 차 HB 3403이다.

이 차는 1960년대에 복원을 거쳤지만 원래 부품을 상당 부분 살렸고 벤틀리가 사들인 후에도 외관만 손질했다. 하지만 2019 밀레 밀리아 완주, 굿우드 스피드 페스티벌 언덕길 주행, 라구나 세카 퍼레이드 등 90살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특히 지난해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서는 나머지 3대의 팀 블로워 중 2대와 상봉하기도 했다. 완전 분해된 오리지널 차는 내친 김에 상세한 점검과 기계적 복원을 거쳐 재조립될 예정이다.

벤틀리 팀 블로워
벤틀리 팀 블로워

새로 제작되는 12대는 4대의 팀 블로워가 활약했던 12회의 레이스를 상징한다. 새 차들은 기계적으로, 미적으로, 심지어는 영적으로도 원래 차와 동일함을 추구한다. 다만 현대적인 안전기준과 관련해 겉으로 보이지 않는 부분에 한해 최소한의 개량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아울러 각 주문 고객에게는 오리지널과 구분되는 색상과 실내 마감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

때문에 CAD 모형은 부품 설계 및 개발 과정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자신의 자동차 사양을 고르고 조합하는 과정에도 사용됐다. 벤틀리 디자인 팀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 차를 정확하게 시각화한 풀 컬러 렌더링을 만들었다.

지난해 설립 100주년을 맞아 블로워 컨티뉴에이션 시리즈를 발표한 벤틀리모터스의 회장 겸 CEO 애드리안 홀마크는 “진품을 훼손할 염려없이 즐길 수 있는 충실한 복제차에 대한 수요가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12대의 새 블로워들은 브랜드의 유산에 대한 경의일 뿐 아니라 뮬리너 장인들의 뛰어난 실력을 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12대의 차는 이미 완판된 것으로 전해졌고 벤틀리 측은 가격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애스턴마틴, 재규어 등 다른 자동차회사들도 과거의 차를 되살려 소량 생산 및 판매하는 사업에 나섰지만 세계대전 이전 시대의 차를 복제해 판매하는 것은 벤틀리가 처음이다.

1929 벤틀리 팀 블로워
1929 벤틀리 팀 블로워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