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요즘 자동차는 ‘움직이는 모바일 기기’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고도화된 전자제어 기술을 탑재한다. 그만큼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진화했지만 반면 복잡해지고 새로운 문제 소지 또한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자율주행기술이 각광받는 한편, 과연 차를 믿고 운전을 맡겨도 좋을지 의심하는 이들이 적지않은 이유 중 하나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현대차그룹 최신 차종들에서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 관련 제작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 제네시스 GV80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Remote Smart Parking Assist)가 오작동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GV80는 차로변경 보조 기능의 고장 시 계기판에 경고문구가 나타나지 않는 문제가 함께 발견됐다.

현대 쏘나타 원격주차보조
현대 쏘나타 원격스마트주차보조(RSPA)

RSPA는 운전자가 차에서 내린 상태에서 스마트키 등을 이용해 차를 주차하거나 출차 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지원해준다. 국내에는 벤츠, BMW, 테슬라 등 외제차들을 통해 먼저 소개된 기술로, 현대차의 경우 2018년 수소전기차 넥쏘에 처음 적용했다. 이후 2019년 3월 출시된 신형 쏘나타(DN-8)에도 이 기술(보급형)이 적용되는 등 대중적인 차에서도 낯설지 않은 사양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국산 승용차 판매량 상위권을 휩쓸고 있는 3개 차종, 즉 그랜저, K5, 쏘나타 모두 이를 옵션 사양을 제공한다.

RSPA는 차문을 열기 어려울 정도로 협소한 공간에서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고도 차를 앞, 뒤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고 유용한 기능으로 평가받는다. 첨단 기술에 민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고객 호응도 좋다. 하지만 운전자가 페달 등으로 차를 직접 조작할 수 없는 상태에서 차만 움직이는 만큼, 오작동으로 인한 사고 위험을 걱정하는 소비자들도 있었다.

실제로 이번 리콜에서는 해당 차종들의 RSPA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해 원격 주차 시 간헐적으로 제동 제어가 되지 않아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상 차종은 2019년 3월 4일부터 올해 3월 23일 사이 제작된 쏘나타(2만2415대)와 2019년 11월 6일부터 올해 3월 7일 사이 제작된 그랜저(1941대) 등 현대, 기아, 제네시스 약 2만9000대다.

세계최초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이 적용된 제네시스 GV80
제네시스 GV80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제작된 제네시스 GV80의 경우 차로변경 보조와 관련된 계기판 SW 오류도 문제가 됐다. 주행 보조 제어기와 통신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 계기판에 차로변경 보조 기능 고장 경고문구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해당 차는 3247대다.

참고로 GV80에 적용된 차세대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II)는 방향지시등 스위치 조작 시 스티어링휠을 자동 제어해 차로 변경을 돕는 기능을 포함했다. 여기에 머신러닝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ML)까지 세계 최초로 적용해 자율주행 레벨 2를 넘어선 레벨 2.5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을 구현했다는 것이 현대차 설명이다.

GV80는 첫 출시 한달 여 만인 지난 2월에도 SW 오류로 리콜 된 바 있다. 엔진의 불필요한 공회전을 줄여주는 ISG(Idle Stop & Go) 시스템과 관련된 특정 상황에서 변속기 조작 장치가 D에 있는 상태로 차가 후진(R)할 수 있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이는 비단 국산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3월 볼보자동차는 전방 추돌 사고 위험을 줄여주는 자동 비상 제동 시스템과 관련해 전세계적으로 70만대를 리콜 할 것으로 알려졌다. SW 오류로 인해 특정 조건에서 전방에 물체나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가 있어도 자동 감속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XC40, XC60, S60, V60 크로스컨트리(V60CC), S90, XC90 등 최신 볼보차가 모두 해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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