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로 추정되는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돼 중국 인민은행이 세계 중앙은행 중 최초로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날이 가까워졌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인터넷 유출된 '디지털 위안' 전자지갑 화면
[신랑재경 홈페이지]

16일 중국 블록체인 전문 매체인 선차오(深潮·DeepFlow)에 따르면 최근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 전자지갑 캡처 화면이 돌고 있다.

사진 속의 전자지갑은 중국의 4대 국유은행 가운데 하나인 농업은행의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전자지갑 상단에는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의 초상화가 그려진 화폐 그림이 배치되어 있다. 전체적인 화폐 도안은 실물 화폐와 유사하지만 배경 무늬 등은 크게 다르다.

실물처럼 디지털 화폐 그림 속에도 발행 연도 등이 포함된 고유번호로 보이는 긴 숫자가 들어간 것도 눈에 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현재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알리페이처럼 QR코드를 스캔해 돈을 지불하는 기능을 갖고 있으며 송금 등의 기능도 있다.

또 스마트폰 두 대를 서로 맞대게 하는 '부딪치기' 기능도 있는데 이는 와이파이 등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곳에서도 근거리 통신 기술을 활용해 서로 돈을 주고받는 기능일 것으로 추정된다.

4대 국유상업 은행 중 하나인 농업은행은 인민은행의 지침에 따라 일부 도시에서만 이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을 내부 테스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선차오는 "인민은행에 가까운 인사는 (사진이 유출된) 전자지갑이 진짜라고 알려줬다"며 "다만 이는 선전, 슝안, 청두, 쑤저우 4개 도시의 일부 고객에게만 제한됐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내부 테스트가 조만간 다른 대형 국유상업 은행들로 확대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이는 세계 최초가 될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가 조만간 도입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민은행이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라는 이름으로 외부에 알려진 디지털화폐를 도입을 추진 중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제 운영 기관들을 동원한 테스트 단계로까지 나아갔다는 소식이 구체적으로 전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이 세계에서 블록체인 등 민간이 주도한 가상화폐와 다른 국가가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화폐를 처음 발행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중국은 사실상 법정 디지털 화폐 발행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에서 전면 도입 시기만을 신중히 조율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무창춘(穆長春) 인민은행 지불결제국 부국장은 작년 8월 공개 학술회의에서 "디지털 화폐를 당장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작년 11월 판이페이(范一飛) 인민은행 부행장이 한 포럼에서 디지털 화폐의 설계와 표준 제정, 연합 테스트 업무가 기본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힌 데 이어 나온 발언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중국 당국자들의 공개 발언을 종합해보면, 인민은행이 발행할 디지털 화폐는 현금 통화를 뜻하는 본원통화(MO)의 일부를 대체하며 인민은행이 시중은행 등 운영기관에 먼저 배분하고 고객은 이들 운영기관을 통해 디지털 화폐를 받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이나 페이스북의 리브라 등 '외부 세계'의 가상화폐 질서가 자국에 영향을 주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정부가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를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인민은행이 도입할 디지털 화폐는 분산형 장부 관리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설사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도 '활용' 수준에 그치고 전적인 의존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디지털 통화를 자국 내 현금 거래를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위안화 국제화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 무역 등 분야에서 위안화 국제화 속도를 높여가면서 장기적으로는 달러 이용을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것까지 노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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