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P2P 금융업체들이 핀테크 친화적 상장 방식을 통해 기업공개(IPO)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아직 국내 P2P 업계에선 IPO 전례가 없어 누가 먼저 첫 상장의 주인공이 될지 주목된다. 아울러 최근 원금손실과 연체율 급등 사례가 잇따르면서 P2P 대출 투자에 대한 반감이 조성되는 가운데 선두 업체들의 잇단 상장 추진 행보가 시장에 봄바람을 몰고 올지도 관심이다.

13일 데일리펀딩은 정용 공인회계사의 공동대표 영입과 함께 IPO 추진 의사를 밝혔다. 정 대표는 CPA(공인회계사)와 CFA(국제재무분석사)를 보유한 15년 경력의 재무통이다. 기존 이해우 대표가 투자상품 관리에 주력한다면 정 대표는 신사업 개발과 IPO 등의 외형 확장에 집중한다. 

정 대표는 데일리펀딩의 상장 트랙으로 '이익 미실현(테슬라)' 방식을 활용할 방침이다. 테슬라 상장은 미국의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처럼 당장으로선 적자를 내지만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한해서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데일리펀딩 관계자는 "현재 테슬라 트랙을 통한 코스닥 직상장을 고려하고 있지만 향후 주간사와의 추가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기 투자자의 엑시트 기간에 맞춰 상장을 추진하는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데일리펀딩은 현재 기투자자가 없으므로 상장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온투법 시행 이후 회사 운영방식이 개선되는 데 따라 상장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2017년 설립된 데일리펀딩은 올 3월을 기점으로 누적대출액 4000억원을 넘어섰다. 상환율은 83%대로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 43곳의 평균 상환율인 76.06%를 크게 웃돈다. 연체율은 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부동산담보 전문 P2P금융업체인 투게더펀딩(투게더앱스)도 IPO를 준비 중이다. 투게더펀딩은 지난 10일 공동 주간사인 미래에셋대우·대신증권과 킥오프 미팅을 가졌다.

지난 2015년 설립 때부터 안전자산인 부동산 담보 대출 상품에 주력해온 투게더펀딩은 지난해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날 기준 회사의 누적 대출액은 6791억원, 상환율은 72.69%, 평균 수익률은 연 11.4%다. 연체율은 1.99%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국내 부동산 담보 P2P업계에선 처음으로 누적 대출액 5000억원을 넘겼다.

증시 입성 경로로는 '사업모델 기술특례'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 방식의 상장 요건은 시가총액 1000억원이나 자기자본 250억원 이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투게더펀딩의 자기자본은 150억원 수준이다.

기술특례 상장이란 실적이 저조해도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차별성과 시장선점 효과 등을 인정 받아 일정 등급 이상을 획득한 기업은 상장 문턱을 낮추는 제도다. 기술특례 적용대상은 기술기반 기업과 사업모델 기업으로 나뉘는데 P2P금융 등 핀테크업체는 사업모델 기업에 속한다.

개인신용과 사업자 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에잇퍼센트도 상장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상장 주간사는 대신증권으로 사업모델 기술특례나 테슬라 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이 필요한 개인과 투자자 다수를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연결해온 에잇퍼센트는 중금리시장을 개척했단 평을 받는다. 지난달 말 기준 플랫폼 회원수가 94만명을 초과했고 이달 1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에잇퍼센트의 누적 대출액은 3045억원에 달하며 상환율은 75.7%, 수익률은 11.19%다.

이들 P2P 금융업체들의 공통점은 코스닥시장 입성을 위한 트랙으로 '테슬라 상장' 혹은 '기술특례 상장'을 택한다는 점이다. 상장을 위해선 사업모델의 독창성과 기술력을 부각시켜야 하는 만큼 앞선 기업들 모두 관련 행보에 힘을 쏟아왔다.

데일리펀딩은 지난 2018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세우고 빅데이터 기반 부동산 대출 서비스 관련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이듬해 7월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투게더펀딩은 지난해 말 국내 P2P금융기업들 가운데 처음으로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마크인 이노비즈 인증을 획득했다. 에잇퍼센트는 기술인력 확보에 유리한 '2019년도 병역특례기업'으로 지정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엔 서울시가 제공하는 핀테크랩의 최대 규모 입주사로 선정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 8월 온투법 시행을 앞두고도 여러 악재로 시장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세 업체 모두 개인신용과 부동산 부문에서 상위에 랭크된 업체들인 데다 정책적인 뒷받침이 있어 상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 상장에 성공하면 기업을 넘어서 P2P금융업계의 시장성과 유망성을 인정 받았다는 점이므로 좋은 결실을 보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