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금융중심지 발전을 위한 정책 수립을 위해 자본시장연구원을 통해 정책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원은 핀테크 등 혁신금융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출처: 금융중심지 위상 및 인지도 제고를 위한 연구 결과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위원회가 5차 금융중심지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진행한 정책연구에서 핀테크 등 혁신금융을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규제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금융회사들의 글로벌화도 더 활발히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융위는 한국자본시장연구원을 통해 지난해 9~12월까지 ‘금융중심지 위상 및 인지도 제고를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제5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을 수립, 추진하는데 기본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는 2003년부터 동북아 금융허브를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일환으로 2007년 12월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매 3년마다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중심지는 서울과 부산이다. 2019년까지 제4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이 시행됐고 올해부터는 제5차 기본계획이 수립, 시행된다.

디지털투데이가 입수한 금융위 연구결과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집권 후 서울과 부산의 금융중심지 경쟁력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에서 서울이 36위, 부산이 43위를 기록했다.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영국의 금융전문기관인 런던시티공사가 주관하고 영국계 컨설팅 기관인 Z/Yen그룹이 조사해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발표하는 지수다.

서울의 GFCI 지수는 2009년 35위에서 2010년 24위, 2011년 11위로 상승했다. 또 2015년에는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2016년 14위, 2017년 22위, 2018년 33위, 2019년 36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부산의 GFCI 지수도 2015년 24위에서 2019년 43위로 떨어졌다.

반면 2019년 GFCI 조사에서 싱가포르는 4위, 상하이 5위, 도쿄 6위, 베이징 7위 등 다른 아시아 도시들은 상위권을 차지했다. 보고서는 상하이의 경우 중국의 최대 항구도시로 무역금융이 발전하고 있으며, 베이징은 조사 대상 도시들 중 핀테크 경쟁력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서울, 부산의 금융중심지 경쟁력이 하락하는 반면 중국 도시들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금융위원회 요청으로 진행한 금융중심지 연구에서 서울, 부산의 금융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출처: 금융중심지 위상 및 인지도 제고를 위한 연구 결과

보고서는 “서울의 분야별 경쟁력이 2016년 이후 하락하고 있다”며 “2015년 9월 발표에서 사업환경(6위), 인프라(6위), 금융분야 개발 정도(11위)가 좋은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2016년 이후 분야별 경쟁력에서 10위권 진입 항목이 부재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 금융의 경쟁력과 약점도 분석했다. 강점으로는 제조업 기반의 실물경제 경쟁력이 높고 연금 등 풍부한 자산운용 수요기반이 있다고 언급했다. 약점으로는 여전히 금융회사들의 국제화 수준이 낮으며, 금융규제 감독환경도 여전히 경직돼 있다고 분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금융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으로 ‘혁심금융에 기반한 글로벌 금융 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아세안 지역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핀테크를 기반으로 혁심금융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아세안의 금융수요를 장기적으로 선점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금융중심지 정책의 역량을 아세안에 집중하고 은행, 증권, 보험, 카드, 핀테크 등이 동반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은행과 핀테크의 아세안 동반 진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연구원은 금융위가 규제 샌드박스 성과를 바탕으로 핀테크 스케일업을 본격화하고, 특례기간 연장, 스몰라이센스 부여 등으로 금융산업의 외연을 넓히고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 분야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보다 쉽게 사업화로 연결시킬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의 혁신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선 규제 샌드박스에 제출된 비즈니스 모델은 특허출원 등을 통해 아이디어, 기술을 확실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률자문과 특허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샌드박스 테스트 기간 종료까지 영업규제가 정비되지 않아 혁신금융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특례기간 연장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핀테크 신산업의 끊임없는 출현과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지원하기 위한 법제도의 개정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2006년 제정 이후 큰 틀의 변화 없는 전자금융거래법를 현실에 맞도록 개정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심사항목 등을 핀테크 기업 특성을 고려해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권과 유관기관이 참여해 핀테크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핀테크 전용펀드’를 조성해 핀테크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제공하는 방안도 있다고 소개했다.

연구원은 이런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규제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규정중심’의 금융규제를 ‘원칙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획일적이고 엄격한 규정규제는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에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제약하며 행정력의 비효율성 증대로 금융투자업자의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의 어려움 발생시킨다”며 “상위법에서 이해상충방지에 대한 일반 원칙을 선언하고 하위법규 등에서 네거티브 방식의 개괄적인 방향성을 제시해 각 회사의 내부통제 규범에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규정을 마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이번 연구결과를 향후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을 위한 정책 수립에 참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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