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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개발된 코볼 언어 /사진=슬라이드셰어

[디지털투데이 추현우 기자]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미국의 공중보건시스템 문제뿐만 아니라 낙후된 공공기관 전산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정부는 언론을 통해 긴급 구인 공지를 띄우는 한편 필 머피 주지사까지 나서서 중요한 개발 인력을 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요한 개발 인력이란 다름 아닌 코볼(COBOL) 개발자다.

뉴저지주가 코볼 개발자를 찾는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이 증가하고 실업급여 신청자가 수십 배 폭증하면서 실업급여 지급용 전산 시스템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

뉴저지주의 실업급여 전산 시스템은 80년대 도입한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코볼 프로그래밍 기반으로 운용되고 있다. 시스템을 긴급히 유지 보수할 일이 생겼지만, 뉴저지주 전산 담당 부서는 이러한 특수 상황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다.

 

40년 된 전산 시스템이 여전히 현역, 교체 시급

온라인 IT 매체 원제로에 따르면, 뉴저지주 외에도 코네티컷주 등 미국 4개 주 주정부가 낡은 시스템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 정부뿐만 아니라 연방정부 교육청의 일부 시스템도 1973년 설치된 장비와 코볼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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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메인프레임 컴퓨터 활용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문제는 탄생한 지 60년이 넘어 지금은 쓰지 않는 이 언어를 다룰 수 있는 개발자가 현재 거의 없다는 점이다. 피츠버그제철소 등 낡은 코볼 시스템을 계속 써야 하는 곳은 개발자 인력을 IBM에 파견해 2주간의 속성 코볼 강좌를 수강하게 하는 등 임시조치로 대응하고 있다.

코볼은 1959년 비개발자를 위한 회계용 프로그래밍 언어로 개발돼 재무 보고서 작성이나 급여 계산 소프트웨어에 주로 쓰였다. 금융기관과 군이 일찍 전산화를 시작한 덕에 70~80년대까지 금융 부분에서 코볼은 전성기를 누렸다. 그리고 1999년 밀레니엄 버그 사태 이후 빠르게 시장에서 도태됐다.

실리콘밸리의 현역 개발자 중 코볼 코딩을 경험한 개발자는 이제 찾을 수 없다. 코볼로 작성된 프로그램은 금융/회계 분야에 드물게나마 쓰이고 있는 실정. 뉴저지주 실업급여 시스템처럼 굳이 바꿀 필요가 없었던 시스템 정도에 남아있다.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코볼 프로그래밍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레이 스콧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공공 부문에서 낙후된 전산 시스템 교체의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면서 "코볼이 여전히 효과적인 개발 언어지만, 이제 새로운 시스템으로 교체할 때가 됐다. 예산과 일정 수립을 통해 구체적인 대안을 세워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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