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쇼핑은 물론 수업, 회의, 면접 등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언택트)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취소된 자동차경주대회를 대신한 ‘e스포츠’ 중계가 팬들을 위로하는가 하면, 굵직한 모터쇼나 신차발표회를 대체한 온라인 공개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e나스카 경주대회
e나스카 경주대회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모터스포츠 시리즈의 하나인 나스카(NASCAR)는 3월 중순부터 5월 3일까지 모든 대회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대신 i레이싱(iRacing)과 함께 온라인 레이싱 시리즈를 시작했다. 사실 양사는 2010년부터 함께 e스포츠를 진행해왔다. ‘e나스카 코카콜라 i레이싱 시리즈’는 이미 11번째 시즌에 이르렀으며 30만달러(3억6600만원)의 상금을 놓고 공식 팀 포함 40명의 레이서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신설된 ‘프로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는 실제 대회를 대신한 성격이란 점이 다르다. 유명 레이서들이 시뮬레이터를 타고 출전할 뿐 아니라 폭스 스포츠가 중계방송을 맡아 더욱 그럴듯해졌다. 지난 3월 22일 가상의 홈스테드-마이애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첫 경기 우승은 올해를 포함해 데이토나 500 실제 경주 세차례 우승 경력을 가진 데니 햄린이 차지했다. 중계방송은 90만명 이상이 시청해 e스포츠 TV 프로그램뿐 아니라 주말 스포츠 프로그램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두번째로 열린 텍사스 대회 시청자는 130만명까지 늘었다. 주최측은 실제 대회를 쉬는 동안 팬들을 위한 오락거리 차원에서 원래의 경기 일정에 기반한 온라인 레이싱 시리즈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정상 모터스포츠로 꼽히는 포뮬러원(F1) 역시 취소된 실제 대회 일정에 맞춰 버추얼 그랑프리(Virtual Grand Prix)를 진행하고 있다. 3월 22일 바레인 그랑프리를 대신한 가상 레이스로 스타트를 끊었고 이달 5일에는 호주 그랑프리를 무대로 원격 경주를 펼쳤다. 원래 5일에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는 베트남 그랑프리지만, 올해 사상 첫 F1 대회를 유치한 곳이라 게임상에 경주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멜버른의 앨버트 파크 서킷으로 대체됐다.

F1은 코드마스터의 ‘F1 2019’ PC 게임을 이용해 원격 경주를 진행하고 이를 유튜브, 트위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중계한다. 출전 선수들은 여섯 명의 F1 현역 드라이버 외에도 전직 F1 드라이버, 크리켓 선수, 모터사이클 선수, 유튜버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된다. 당연히 올시즌 대회 성적에 반영되는 정식 경기는 아니고 팬 서비스 차원이다.

F1은 3월 13~1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개막전의 갑작스런 취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의 모든 대회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 출전 팀들은 통상 여름에 주어졌던 휴식 기간을 미리 사용하고 있다. 주최측은 빨라야 여름에나 올 시즌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당분간 버추얼 그랑프리를 지속할 예정이다.

아우디스트림 투어 익스피리언스
아우디스트림 투어 익스피리언스

아우디는 자동차 공장을 온라인으로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우디 잉골슈타트 공장 투어가 잠정적으로 중단되자 PC나 모바일 기기로 가상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문 가이드와 함께 하는 온라인 투어는 약 20분간 실시간 방송으로 진행되며, 아우디스트림(AudiStream) 홈페이지에 고시된 스케줄 중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즐길 수 있다. 방문객들은 영상을 통해 생산 첫 단계부터 최종 조립까지 아우디 차량 한 대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체험하게 되며 투어 가이드가 기술적 핵심 요소들을 짚어주고 참가자와 질문을 주고받는다. 아우디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 다른 온라인 투어들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기아 쏘렌토, 제네시스 G80, 현대 올 뉴 아반떼 등 대어급 신차들의 출시 행사를 줄줄이 온라인으로 치렀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온라인 중계를 병행하긴 했지만 현재는 많은 이들이 북적이는 신차발표행사를 대체한 성격이라 경중이 다르다.

기아차, 온라인 신차발표 행사 통해 신형 쏘렌토 출시
기아차, 온라인 신차발표 행사 통해 신형 쏘렌토 출시

기아차는 지난달 17일 쏘렌토 신차발표회를 온라인 런칭 토크쇼 방식으로 진행하고 이를 네이버 자동차와 기아차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중계했다. 네이버 검색 인증 이벤트도 마련했다. 이와 별도로 해외 예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 행사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신형 쏘렌토의 월드 데뷔 무대로 잡혀 있었던 제네바모터쇼가 취소된데 따른 조치였다. 아울러 기아차는 스마트폰을 통해 신차의 디자인과 특장점을 살펴볼 수 있는 증강현실(AR) 앱을 선보였다. 예비 고객이 전시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신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3월말 제네시스 G80 출시는 세계최초 공개를 겸해 유튜브, 네이버 TV, 페이스북 등을 통해 한국, 북미 등 세계 주요 지역에 실시간 중계됐다. 제네시스는 스마트폰으로 이용 가능한 VR 전시관을 선보였다. 360° VR 기술을 활용해 제네시스 전시장에서 큐레이터에게 설명을 듣는 듯한 현장감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신형 아반떼의 경우 3월 18일 미국 할리우드에서 세계최초 공개 이벤트를 열되 무관중 라이브 스트리밍 형식으로 전 세계 주요 지역에 중계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7일에는 아반떼 개발 담당 연구원들이 신차를 소개하는 토크쇼 형식 ‘디지털 언박싱’ 영상을 현대차 홈페이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는 것으로 국내 출시 행사를 갈음했다.

폭스바겐 버추얼 모터쇼
폭스바겐 버추얼 모터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모터쇼 중 하나인 스위스 제네바모터쇼는 지난 2월말 개막을 불과 수일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사상 초유 사태에 참가업체들은 부랴부랴 대안을 모색했고, 3월초 원래 예정됐던 언론 대상 공개 시간 또는 별도의 일시에 각자의 온라인 발표 순서를 가졌다. 모터쇼에서 세계최초 공개될 예정이었던 신차들의 면면은 디지털자료로 배포됐다.

폭스바겐의 경우 제네바모터쇼 기자회견을 온라인 생중계로 대체하는 한편 자체적인 가상 모터쇼(Virtual Motor Show)를 준비했다. 현재 오픈 되어 4월 17일까지 관람 가능한 폭스바겐 가상 모터쇼는 단순한 차량 보여주기에서 벗어나 실제 모터쇼에 방문한 듯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됐다. 360° 체험을 통해 전시된 차량들을 모든 면에서 살펴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색상과 휠 구성을 바꿔보는 등 실제 모터쇼를 넘어선 적극적인 참여도 가능하다.

폭스바겐 마케팅 총괄 요헨 셍피엘은 “가상 현실이 제공하는 기회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은 디지털화 전략의 일환이며, 향후 경험 마케팅뿐 아니라 브랜드 표현, 고객 및 팬과의 상호교류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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