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키코 관련 분쟁조정안 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사진=각사)
6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키코 관련 분쟁조정안 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사진=각사)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10년 넘게 끌어온 키코(KIKO) 관련 분쟁조정안이 다시 연기됐다.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안에 대해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시한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조정안을 받은 은행들이 거부하거나, 판단을 미루면서 키코 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현재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사외이사 변경 등으로 인해 이사회 구성원이 변경돼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뜻을 금감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으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해당 상품이 약정한 범위를 벗어남에 따라 가입 기업들이 큰 손해를 입고 도산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금감원은 판매 당시 은행들에게 불완전 판매 책임이 있다고 판단, 6개 은행에게 피해 기업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신한은행 150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등이다. 

이들의 시한 연장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수용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고 금감원에 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만약 이번에도 금감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4번째 시한 연장인 셈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해당 은행들이 각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금감원 때문에 시한 연장 요청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시한 연장을 요청함으로써 당장 금감원에 반박하는 모양새는 피하고, 시간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조정안 수용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가 열리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관련 은행들도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안에 대해 다시 배상하는 일은 배임 소지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미 대법원은 2013년에 불공정성에는 문제가 없고, 일부 불완전판매만 은행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를 근거로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불복을 선언하면서 다른 은행들도 조정안을 불수용하기 쉬워졌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이들이 수용 불가를 선언하더라도 따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어디까지나 권고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 또한 이미 10년이 지나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는 법적 시효도 만료된 상태다.

은행들이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4번이나 미룸에 따라 사태는 한층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키코 문제 해결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6개 은행 중 유일하게 우리은행만이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하고 관련 기업인 재영솔루텍과 일성하이스코에 총 42억원의 배상액을 지급했다. 반면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분쟁조정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씨티은행은 추가 배상 대상 기업 39곳에 대해서 내부 검토 후 보상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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