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해외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에 바이낸스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거래소 바이낸스KR을 선보였다. 바이낸스 유한회사는 독립 법인이지만 바이낸스 본사에서 운영하는 거래 사이트 바이낸스닷컴 오더북(호가창)이 연동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더북이 연동되면 바이낸스KR 이용자도 바이낸스닷컴에서 매수, 매도를 하는 것과 같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하루 거래량이 20억달러(약 2조4600억원) 수준인 대형 거래소다. 바이낸스KR은 이런 바이낸스를 뒷배 삼아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까지 앞으로 1년간 몸집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와 빗썸의 양강체제를 흔들며 국내 거래소 업계의 ‘메기’가 될지 주목된다.

바이낸스KR은 지난 2일부터 거래소 가입과 입금을 진행했다. 이용자는 회원 가입 후 원화를 입금해 원화 스테이블코인(BKRW)을 구매한다. 1BKRW는 1원에 상응한다. 이용자가 입금한 원화는 BKRW로 전환돼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가상자산을 구매할 수 있다.

업계에선 바이낸스KR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규모가 큰 거래소가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인 만큼 경계 반, 기대 반인 상황”이라며 “바이낸스KR이 향후 어떤 서비스를 내놓을지는 알 수 없지만 바이낸스 본사가 다양한 가상자산 서비스를 시장에 출시한 만큼 영향이 없진 않을 보인다”고 말했다.

바이낸스KR은 일단 다른 거래소들과 마찬가지로 벌집계좌(법인계좌 아래 여러 명의 거래자 개인 계좌를 두는 방식)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개 거래소 외에 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계약을 새로 체결한 곳은 없다. 

이와 관련해 바이낸스KR 측은 “법인계좌를 쓰는 것 자체보다 법인계좌를 쓰더라도 관련 사고를 얼마나 막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며 “앞으로 1년은 거래소를 운영하면서 이용자를 모으고 기반을 다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벌집계좌를 운영 중인 중소형 거래소들과 비교해 바이낸스KR이 바이낸스를 배경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한 건 맞다”면서도 “지금과 같은 운영 방식은 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 시장에 진입하려는 시도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어 바이낸스KR이 남은 기간 동안 몸집을 키운다면 거래소 업계에 메기 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고도 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규제가 예고된 상황에서 가상자산 거래 사업을 시작한 만큼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계약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관측한다. 바이낸스KR 입장에선 구제 시행까지 남은 1년 6개월여 간 규모를 최대한 키우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등을 받아 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단 가상자산 시장이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신규 투자자 유입이 호황기 때만큼 활발하지 않아 실제 이용자를 끌어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전세계 시장을 놓고 보면 바이낸스의 파급력이 상당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업비트와 빗썸 두 거래소의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는 만큼 이미 굳어진 양강 구도를 깨기 어려울 거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바이낸스 유한회사는 최근에 가상자산 거래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회사는 지난해 5월 설립됐다. 이에 기존 사업자로 간주돼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내년 3월을 기점으로 6개월 안에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ISMS 인증 확보 등 요건을 갖춰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