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을 중시하는 유럽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스페인 정부는 2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위해 발령한 전국의 이동제한령 감시를 위해 '데이타코비드'(DataCovid)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데이타코비드는 전국적인 이동제한령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 감시하고 방역의 구멍을 찾아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스페인 통계청(INE)은 이동통신사들로부터 받은 휴대전화 위치정보 데이터에서 개인정보를 제거해 익명화한 뒤 이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의 기초자료로 사용할 방침이다.

독일 뮌헨 공항서 계류 중인 항공기들 [AFP=연합뉴스]

독일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대응에 난맥상을 보이며 누적 확진자 수가 8만명을 넘은 가운데, 한국의 대응방식에서 착안해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방역에 활용할 방침이다. 앞서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이 휴대전화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달 23일 내각회의에 상정하려 했지만, 정치권과 소셜미디어의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한발 물러섰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시민이 정부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무작위로 생성된 아이디 정보가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로 보내지고, 아이디 당사자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을 경우 RKI가 감염자의 접촉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앞서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인 이탈리아도 한국 방식의 코로나19 감염자 등의 동선 추적을 위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착수했다.

이탈리아 시에나 광장 소독하는 코로나19 방역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적이 끊긴 이탈리아 중부 도시 시에나의 관광 명소 캄포 광장에 1일(현지시간) 방역 요원이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파올라 피사노 기술혁신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각 분야 기술 전문가 74명으로 구성된 코로나19 위기 대응 전담팀을 구성했다면서 이 팀이 IT 기술을 활용해 방역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프랑스에서도 한국 방식의 휴대전화 위치정보 활용을 통한 강력한 방역망 구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 주간지 르푸앙은 2일자 특집 기사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대처를 집중조명하면서 "한국의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 등 방역 시스템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하고, 서방 국가들도 인권침해라는 망상을 그만두고 이런 방식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는 그동안 유행병 확산 차단 등 방역에 위치정보를 사용하는 것이 사생활·인권 침해라는 분위기가 강했으나 이런 기류는 코로나19의 맹렬한 확산이라는 예상치 못한 현실을 맞아 역전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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