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KB금융이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KB금융지주)
지난달 20일에 열린 KB금융 주주총회 (사진=KB금융지주)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4대 금융지주가 정기 주주총회를 큰 이변없이 마무리한 가운데, 주총이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하기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안으로 주목받던 국민연금까지 별다른 힘을 못쓰자 일각에서는 관련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주총 안건 124건 중 부결된 안건은 0건으로 나타났다. 유일하게 신한금융만이 ‘이사보수 승인의 건’을 수정해서 통과시켰다. 

이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 대부분이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이 아닌 외부인사로 사내이사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 제도는 대주주의 독단경영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외부인사인만큼 그룹으로 출근하는 것이 아닌 주요 회의가 있을 때에만 참석한다.

지난 2018년에도 4대 금융지주 이사회는 총 139건을 처리하면서 부결이나 수정 없이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는 147건의 안건 중 단 1건만이 부결됐다. 사실상 100%에 가깝게 안건이 통과된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21명은 최근 실시된 지난해 직무 평가에서 모두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당시 은행들은 이를 근거로 사외이사들이 충분한 자격 요건을 갖춰 자리를 유지하는데 충분하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부결이 적은 이유에 대해서 대부분 금융지주들은 회의 전에 이사들이 충분히 자료를 공유하고 논의를 진행해 적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시민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시민단체들은 사외이사가 기업 경영 견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예전부터 금융권에서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이 많았다. 현재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눈치를 봐야하는 구조에서는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은행들이 사외이사가 직무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그건 은행 내부평가 기준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아마 외부평가가 도입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견제 수단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됐던 국민연금도 맥없이 무너졌다. 앞서 국민연금은 조용병 신한그룹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연임건에 반대 의견을 냈다. 조 회장과 손 회장이 모두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지분을 각각 9.38%, 7.71%로 보유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최대주주이며, 우리금융에서는 2대주주다. 하지만 당시 주총에서는 국민연금 외에는 반대표가 적어 두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이 무난히 통과됐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사외이사 선임절차"라며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야만 올바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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