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금융권의 핀테크 고용 인력 현황  출처: 2019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 전망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권 채용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금융권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지만 신규 채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핀테크, 금융IT 분야에서 신규 채용 확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상황이다.

2일 금융위원회가 금융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2019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 전망'에 따르면 국내 1514개 금융회사가 1년 이내(2019년 9월 기준) 추가 채용할 인원은 4505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2018년 조사에서는 1483개 금융회사들이 5218명을 채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사 대상 금융회사는 2018년보다 31개가 늘었지만 1년 이내 채용할 인원은 13.6%가 줄어든 것이다. 2017년 조사에서는 1442개 금융회사들이 1년 이내에 5128명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더구나 이 결과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 하반기에 조사돼 올해 초 분석된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제 금융권 추가 채용 계획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는 금융연구원을 통해 매년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 전망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된 자료는 금융권 고용 정책과 인력양성 등에 활용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일자리 늘리기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금융위는 지난 2019년 11월 5일 금융발전심의회 정책, 글로벌금융 분과 회의에서 ‘금융환경 변화와 금융업 일자리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권에 새로운 일자리 늘리기에 나선다며 핀테크와 금융IT 등 부문에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IT기술 발전으로 금융권의 고용 형태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권 취업자수 2017년 총 27만8794명에서 2018년 총 28만254명, 그리고 2019년 총 28만2514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청년들이 선호하는 은행 일자리는 반대 곡선을 그렸다. 2017년 은행권 취업자수는 13만3799명이었는데 2018년에는 13만2862명으로, 그리고 2019년에는 12만5031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2017년에 비해 2019년 은행권 취업자는 8768명이나 줄어든 것이다.

은행권에 인력 감소는 모바일 뱅킹, 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된 영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디지털 금융 확산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핀테크, 금융IT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생각과 달리 핀테크나 금융IT 부문에서 고용이 그다지 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2019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 전망'에 따르면 2019년 은행, 보험, 증권, 여신전문업체 등 금융권에 핀테크 관련 고용 인력은 19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전체 금융권 인력 총 28만2514명 대비 0.7%에 불과한 인원이다. 더구나 2018년 조사에서 핀테크 고용인력이 2050명이었던 것을 비교하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2019년 금융권 핀테크 인력은 은행(879명)에서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으며 그 다음이 여신전문회사(520명)로 나타났다. 상호저축, 자산운용, 증권 부문의 핀테크 인력 채용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금융회사들이 응답한 향후 3년 간 핀테크 신규 채용 예상 인원  출처: 2019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 전망

금융권의 향후 3년 간 핀테크 신규 채용 예상인원은 2019년 조사에서 278명, 2018년 조사에서 268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핀테크, 금융IT 고용이 늘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금융연구원도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연구원은 “핀테크로 대표되는 금융과 IT기술을 융합한 디지털 금융은 금융 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필수 요소”라며 “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은 디지털 혁신을 통해 기존 금융서비스 전달체계를 완전히 바꾸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연구원은 “그러나 금융회사의 필요성 인식에 비해 실제 금융 인력의 채용이나 배치 측면에서 적절한 인력 공급계획이 수립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연구원이 업권별 IT전공 인력 배치계획을 추가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 IT전공 인력을 IT보안업무(40.9%)과 영업지원(20.5%)에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금융연구원은 “IT전공 인력을 자산관리나 자산운용 등 금융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영역에서 활용하면서 장래 이들 지식을 융합한 인재로 키워나가기 보다는 당장 투입이 가능한 영역에서 활용함으로써 단기적인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금융과 관련해 채용을 하는 것이 전반적으로 미흡할 뿐 아니라 채용한 인력도 신규 핀테크 서비스 개발 등이 아니라 주로 보안, 영업지원에 배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은 “근본적으로는 향후 전공 인력수급 계획을 보다 구체화하는 한편 IT전공 인력이 다양한 금융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KB국민은행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 모습. 군인과 학생 등 구직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지난해 5월 KB국민은행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 모습. 군인과 학생 등 구직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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