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록스가 HP 인수를 결국 포기했다 /사진=Arabnews
제록스가 HP 인수를 결국 포기했다 /사진=Arabnews

[디지털투데이 추현우 기자] 휴렛팩커드(HP) 인수를 통해 글로벌 컴퓨팅 업계 1위 자리를 노렸던 제록스가 3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적대적 인수합병 계획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HP의 끈질긴 방어와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제록스가 HP 인수 계획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냈다.

제록스 측은 "회사와 주주, 임직원, 고객, 협력사의 건강과 안녕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HP 인수 포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록스는 HP 이사회에 300억달러 이상의 인수액 제안과 이사회 이사 후보 지명을 철회했다. 

HP의 인수 포기 결정은 HP의 완강한 반대와 코로나19 확산 위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제록스의 HP 인수 시도가 펼쳐지자, HP는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없다면서 이를 완강하게 반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제록스의 시가총액은 80억달러, HP는 270억달러 수준으로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삼키려는 형국이었다.

이 때문에 무리한 인수합병안이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여기에 코로나19의 미국 내 확산이 결정타가 됐다. 급속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인수합병이 제록스와 HP 양 사 모두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 것이다.

양 사의 시가총액도 크게 줄었다. HP는 10% 가량 하락한 반면, 제록스는 80억 달러이던 시총이 40억달러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제록스는 "현금 동원력 여유와 건강한 대차대조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위기에 맞설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해명하는 등 사태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프린터, 복합기 등 사무기기 제조업체인 제록스는 IBM과 함께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대표적인 IT전문 업체다. 세계 최초로 전기 복사기를 개발했고 제록스 PARC(제록스 팰러앨토 연구소)를 설립해 인터넷과 컴퓨터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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