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상단부터) 쿠페이, 네이버페이, 아퀴스, 카카오페이.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인터넷·게임 등 정보통신(IT)업계 강자들이 본격적으로 핀테크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핀테크 서비스를 운영하던 기존 사업부를 별도 회사로 분사하는가 하면, 새로운 자산관리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자회사를 신설하는 등 핀테크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1일 이커머스 기업 쿠팡에 따르면 자체 결제서비스인 쿠페이를 담당하던 핀테크사업부가 별도 회사로 분사된다. 기존의 전자상거래 사업과는 별개로 핀테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현재 쿠페이의 사용자는1000만명으로 집계된다. 쿠페이는 지난해 쿠팡 전체 거래액 13조원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부로 쿠팡은 핀테크 자회사인 쿠팡페이(가칭)를 설립하고 상반기 중 사업을 본격화한다. 

쿠팡 관계자는 "분사 소식이 수면 위로 올라온지 얼마 안 돼서 현재 영위 중인 결제부문 외에 이체와 자산관리 등 금융영역의 어느 정도까지 확대할지는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쿠팡뿐만 아니다.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도 핀테크 사업에 진출한다. 올 2월 NXC는 온라인에서 개인투자자에게 투자전략 정보를 제공하는 '트레이딩 플랫폼'의 개발을 위한 자회사 아퀴스(Arques)를 설립했다. 아퀴스는 일반 투자 플랫폼이 차용하는 캔들스틱과 차트, 매도·매수창 등의 딱딱한 형식을 벗어나 대화 형태의 도입부와 타이쿤 게임(사업 시뮬레이션 게임) 등의 재미요소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일찍이 금융 분야에 진출해 판을 벌려왔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는 누적 가입자 3000만명을 뒷배 삼아 결제 서비스를 넘어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 전 분야로 발을 뻗고 있다. 결제자 수가 월 1000만명을 웃도는 네이버페이(네이버 간편결제서비스)도 별도 법인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올해 네이버통장 등 여러 금융상품 출시를 계획 중이다. 네이버페이는 올 1분기 사상 첫 분기 거래액 5조원 돌파가 전망된다.

비금융회사들이 핀테크에 본격 도전장을 내미는 것은 선발주자인 이들 카카오와 네이버의 성공과 무관하지 않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이용자층과 막대한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전통 금융권과도 겨뤄볼만 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간편결제 시장 규모가 해마다 크게 확대되고 있는 점도 IT업계의 진출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간편결제서비스 이용건수는 지난 2016년 8억5000만건에서 2018년 23억8000만건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결제금액도 26조8808억원에서 80조1453억원으로 3배 수준으로 뛰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소비양상이 언택트(비접촉) 방식으로 바뀐 것도 간편결제 부문의 반사이익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영배 디지털금융연구소장은 "IT기업이 자사 강점과 금융을 결합해 내놓은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며 "규제에서 보다 자유로운 IT업계의 핀테크 진출이 결국엔 칸막이식 규제에 사로잡혀 있는 기존 금융산업을 자극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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