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홍수로 물에 잠긴 웨스턴디지털 태국공장 전경. 웨스턴디지털은 공식발표를 통해 공장이 완전히 복구하는데 6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 이라고 밝혔다. 현재 웨스턴디지털은 물량공급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10월 중순 태국을 강타한 초특급 홍수로 촉발된 하드디스크(HDD)의 가격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미 100%이상 올라간 HDD의 가격이 여전히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500GB하드디스크의 가격이 15만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용량 적을수록 상승폭 높아
아이코다 완제품팀의 양광진 과장은 “어제도 올랐고 오늘도 올랐다. 내일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500GB는 15만원을 넘어 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격상승은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예상했다. 500GB HDD가 15만원을 넘어설 경우 소비자 구매가는 200% 이상 상승하는 유래없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10월~현재 까지의 HDD평균 가격>

 

 

10월1주(0927~1003)

10월2주(1004~1010)

10월 3주 (1011~1017)

10월 21일

10월 25일

10월 28일

10월 31일

11월 2일

11월 3일

웨스턴디지털 500GB
캐비어 블루
WD5000AAKX

49790

48837

50772

63654

92303

107401

109762

122517

125900

웨스턴디지털 1TB
캐비어 블루
WD10EALX

70603

69333

71566

94580

126613

158364

162459

170279

176634

씨게이트 2TB
바라쿠다 그린
ST2000DL003

92086

90709

92974

118035

147442

167488

170052

184423

187626

웨스턴 디지털 3TB
캐비어 그린
WD30EZRX

174316

170631

202154

 

 

327000

455355

 

448254

씨게이트 3TB
바라쿠다 XT
ST33000651AS

268317

269365

267490

 

 

360000

428471

 

401802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HDD 제품별 평균가에 따르면 10월 31일 10만 9000원대였던 웨스턴디지털의 500GB 하드디스크(캐비어 블루)는 이틀만에 12만5000원대 후반으로 상승했다. 태국 홍수 피해가 발생되기 이전인 10월 둘째주(10월4일~10일)에는 평균가격이 4만8837원이었다. 홍수발행 이후 2주만에 무려 8만원에 가까이 상승했다. 

1TB제품도 마찬가지다. 10월 셋째주 웨스턴디지털 1TB 제품 가격은 7만원대 초반을 유지했다. 하지만 10월 3일 현재(오전 기준) 평균가는 17만 6634원으로 11만원 가깝게 올랐다. 

HDD 가운데 가장 수요가 많은 제품이 500GB이다. 1TB HDD도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500GB 제품과 더불어 시장수요의 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들 제품의 가격 급상승은 HDD시장을 패닉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요비중이 크지 않은 2TB, 3TB 제품들도 가격이 100% 가깝게 올랐지만 500GB나 1TB 제품보다는 가격상승폭이 적은 편이다.

주식시세 방불케 하는 HDD가격

▲ 태국 홍수로 인해 HDD이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많은 홍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웨스턴디지털의 캐비어블루 500GB 제품은 3일 현재 온라인 평균가 12만 5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HDD 가격은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다. 가격비교 사이트와 유명 조립PC의 홈페이지를 1시간 단위로 모니터링해봤다. 1일 오전 10시 11만 1000원대를 유지하던 웨스턴 디지털의 HDD가격은 한시간 후인 11시에는 11만 2000원대로 올랐고, 오후 한시에는 11만 5000원을 넘어섰다. 마치 증권거래소의 주식 시세 전광판을 연상케 한다. 

조립PC 업체인 컴퓨존의 한 관계자는 “컴퓨존처럼 규모 있는 조립업체의 경우 평소 보유하고 있는 재고량이 있어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고, 시장에 물량이 나올때마다 꾸준하게 추가 구매하고 있지만 턱없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HDD유통시장의 가격상승은 기준선이 없다. 10만원, 20만원 하는 기준이 없고 태국의 복구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일정 수량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무턱대고 판매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유통 제품의 수량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용산의 HDD 도매업체 한 관계자는 “물건이 있어도 선 듯 꺼낼 수가 없다. 가진 물량을 한번에 다 내놓고 남은 기간 굶으면서 기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수요와 공급의 크기가 깨지니 가격변동이 생기는 것이고, 장기적 이슈가 터진상황에서 가격안정화는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울고 싶은건 HDD업체도 마찬가지! 

유통업체들의 사정도 일반 소비자들과 다를바 없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하드디스크나 조립PC를 직접 판매하는 소매점들은 공급받는 물량이 90%이상 줄어들었다.

아이코다의 양광진 과장은 “평소 기본적으로 소비하는 물량이 있는데 90%이상 줄어든 실정이다. 1000대 단위로 주문을 해왔으나 이제는 ‘줄 수 있는 만큼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고, 실제로 들어오는 물량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아주 소량이지만 사들일 수 있는대로 끌어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양 과장은 또 “평상시에는 총판 등에서 영업사원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온다. 우리에게 영업을 해야하니 당연한 일이지만, 이제는 우리가 그들에게 부탁의 부탁을 해야 하고, 심지어 전화조차 받지 않을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컴퓨존, 아이코다 등 국내 조립PC시장 선두업체들의 실정이 이렇다 보니 영세 조립PC업체들은 더 심각하다. 

용산의 한 조립PC업체 관계자는 “물건을 받는데도 우선순위가 있다. 하루에 500개를 소화하는 곳과 10개를 소화하는 곳은 HDD를 공급받는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평소에 500개를 구매하는 업체에는 200개라도 공급되지만 10개를 소화하는 곳에선 제품 하나 받기도 힘들다”라며, “하루 이틀은 버틸 수 있겠지만 이 상황이 수개월 지속된다면 다른 길을 찾아봐야할 것이다. 심하면 빨리 묻을 닫는게 오히려 덜 손해 보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유통시장에서 영세업체들에는 이번 HDD 파동이 결정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물량이 없을까? 이번 홍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웨스턴디지털 총판 관계자는 “타사 제품의 경우 조금씩이나마 공급이 유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웨스턴디지털은 공급 자체가 완전 중단된 상태”라며, “지사를 통해 주문은 계속 넣고 있지만 막상 선적 일정은 커녕 출고 계획조차 없을 정도다”라고 심각한 상황을 전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생산시설의 대부분이 태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다른 HDD업체들에 비해 더 어려운 상황이다. 

웨스턴디지털보다는 피해를 덜 입었다는 씨게이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씨게이트 총판 관계자는 “평소에는 1000대 단위로 유통점에 공급했지만 지금은 공급할 물량이 극소량에 불과하다”이라며 “본사 쪽에 뭔가 타개책을 요청하고 있지만 공식적인 답변도 없어 답답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