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박사’ 조주빈 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 씨가 보유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실제 몰수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 씨는 채팅방 입장료를 받을 목적으로 가상자산 지갑 주소 3개를 공개했었다. 가상자산 지갑 주소는 은행 계좌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조 씨는 채팅방 입장료를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모네로(XMR) 등으로 받아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 씨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더리움 지갑은 다른 지갑으로부터 자금을 옮겨 받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한때 많게는 32억원 상당의 이더리움이 한꺼번에 보관돼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선 조 씨가 보유했던 가상자산을 법적으로는 몰수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몰수가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2018년 5월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안 모(33)씨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월과 함께 범죄 수익으로 얻은 비트코인 191개를 몰수하고 6억9587만원을 추징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이 판례에 따라 범죄에 활용된 가상자산은 법적으로 몰수가 가능하다. 실제로 해당 비트코인 지갑의 비밀번호 역할을 하는 프라이빗키(개인키)를 검찰이 넘겨받고 비트코인은 다른 곳에 옮겨 보관되고 있다.

조 씨가 보유한 가상자산 지갑이 가상자산 거래소 것이라면 좀 더 수월하게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거래소가 보유한 내역을 대조해 해당 지갑 계정의 사용을 막으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래소 외에 메타마스크 등 시중에 나온 개별 지갑에 자금을 보관하고 있다면 프라이빗키를 알아야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프라이빗키 공개와 관련된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자금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 씨가 가상자산 지갑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었던 데다 자금 세탁도 시도해서 거래소를 통해 만든 지갑이 아닐 경우에는 추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또 공개한 지갑에 가상자산이 그대로 있지 않고 이미 현금화를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 은행 계좌의 경우에는 은행을 통해 계좌를 압류하면 되지만 가상자산 지갑은 성격이 매우 달라 여러모로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이미 모든 자금을 현금화를 시켰어도 추징금을 통해 보유하고 있던 가상자산에 상응하는 벌금을 내게끔 할 수도 있지만 일단 가상자산을 보관하고 있다면 판례에 따라 몰수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한번 범죄에 활용된 가상자산이 시장에서 다시 사용될 수 있는 점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몰수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프라이빗키 공개나 보관 문제 등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본다”며 “해외에선 리스트를 공개해 거래소가 자금 세탁에 활용된 가상자산이 시장에서 격리가 되게끔 조치한 사례도 있는데 몰수가 불가능하다면 해당 가상자산 자체를 소각시키는 등 조치를 취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조 씨는 이날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공개한 가상자산 지갑이 실제 조 씨 소유인지 등을 비롯해 관련 조사를 이어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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