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마침내 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손 회장은 지주사 출범 이후 첫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며 2기 체제를 본격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중징계를 둘러싼 금융감독원과 법적 공방이 남아 있어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25일 우리금융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을 가결했다. 또 우리금융은 2019년 재무제표 승인안과 첨문악 사외이사, 김홍태 비상임이사, 이원덕 사내이사 등 선임 등을 가결했다.
그동안 손 회장의 연임 여부는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지난해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회장 후보로 손 회장을 단독 추천했지만, 금감원이 대규모 손실이 난 DLF 사태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문책경고를 포함한 중징계를 받을 경우 3년 동안 금융권 취업이 불가능해진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이 연임을 포기하고 사퇴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우리금융도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등 관련 계열사 6곳의 차기 대표 선정을 미루면서 공백 경영을 염두한 듯한 행보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일부 지점이 고객의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퇴설'은 더욱 탄력받기도 했다.
상황이 변하기 시작한 건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이 손 회장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에 손 회장도 관련 계열사 대표들도 새롭게 선임하면서 사실상 연임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금감원과 법정 대립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손 회장 측은 공식 통보가 오자 법원에 중징계 효력이 중지되는 가처분 신청과 함께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손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다만 금감원과의 갈등은 한층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우리금융과 금감원의 본안소송은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다. 게다가 이날 금감원은 가처분 신청에 불복, 항고장을 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사태는 한층 더 복잡해진다. 이 경우 우리금융 주총에서 가결된 손 회장 선임안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급 적용 여부를 두고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금감원은 금융상품과 관련된 각종 인허가 문제를 승인하는 기관이다. 불편한 관계가 유지될수록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손 회장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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