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IT라는 용어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IT는 지난 10년간 실컷 우려먹었는데 새 정부에서 (IT용어를 갖고) 아젠다로 내놓는 것은 너무 식상하다.”

최근 한 기자가 대통력직 인수위 관계자를 만나 식사를 하면서 들었다는 얘기다. 그 기자는 그 말을 들으면서 정치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이해를 하면서도 실용정부를 추구한다는 이명박 정부가 ‘용어’ 하나 때문에 큰 길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안쓰러웠다고 한다.

이 얘기를 전해 들으며 지난 2007년 초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당시 한나라당 후보 준비하고 있었음)이 안국포럼 담당자에게 소프트웨어 활성화 정책에 대해 보고하라고 했다는 일화가 떠올랐다. 이명박 후보가 소프트웨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단순명료하다. 인력창출을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것이 소프트웨어이고, IT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살려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실제 지난해 7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실질적인 IT정책을 많이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정치적으로 같은 편이든, 다른 편이든간에 IT업계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기대하는 바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인수위 관계자의 발언을 듣고 기대가 우려로 바뀌는 것도 사실이다. 원님덕에 나팔 분다고. 최근 상황이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IT에 관심 있다고 치더라도 대통령은 할 일이 너무 많다. IT만을 얘기하기에는 더 큰 일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아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중요한데, 서론에서 밝힌 인수위 관계자의 말이 개인적인 생각이기를 바랄뿐이다. 그러나 요즘 상황을 보면 우려가 된다.

이는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정부 개편 조직안에서부터 나온다. 과학기술부, 정통부 등을 폐지한 것을 두고 IT업계에서는 말들이 많다. 그 요지는 우리나라 미래 첨단기술을 이끌어가는 핵심부처를 해체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동안 정통부, 과기부 등의 역할이 컸다. 전세계 최고 IT강국이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게 된 배경에도 정통부 등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또 아직 IT업계에서 해결해야 할 일도 많이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IT업계는 정통부의 생존을 기대하며 자발적으로 폐지 반대를 외쳤을 것이다. 아직 국회절차도 남아 있는 만큼 기대를 걸만도 하지만 통일부, 여성부 등에 비해 다시 생존할 가능성은 적다.

솔직히 이 시점에서 정확히 말하면 이 마당에 정통부, 과기부 폐지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이제 업무가 분장되고 새로운 부서에서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고 본다. 인수위의 말대로 형식과 외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이전 정통부, 과기부의 업무를 본다고 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수위의 분위기가, 앞으로 새로 출범할 이명박 정부의 분위기가 IT를 ‘기존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잣대를 기반으로 바라본다면 문제는 커진다.

안 그래도 우리는 알고 있다. 대통령이 업무 중요성을 기반으로 정부 조직들을 쭈욱 줄 세워놓고 보게 되면 정통부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말이 현실이다. 그러나 IT를 전체 사회 및 산업 측면의 외형 비중으로만 바라보면 큰 오산이다. 이제 IT를 빼놓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고, IT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앞으로 우리 차세대 먹거리가 될 BT, NT 등도 모두 IT의 형제들이다.

“이명박 정부는 IT라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 인수위 관계자.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관계자들이 원님 덕에 나팔을 불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용정부는 실용적인 사람들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 맞다.

이병희 발행인 shake@itto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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