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권광석 신임 우리은행장 (사진=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과 권광석 신임 우리은행장 (사진=우리금융지주)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에 대한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권광석 신임 우리은행장의 임기를 제한한데 이어 은행장 고유의 인사권까지 적극 관여하고 있다. 연임 확정을 앞두고 2인자라 할 수 있는 권 행장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법원은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의 문책 경고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취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손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은행이 임원 선임 절차와 관련된 지배구조 내부규정 조항을 개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인사권이다. 기존 은행장이 선임할 수 있던 인사권이 이제는 지주사와 사전 합의를 거쳐야만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최근 우리금융은 전략기획과 리스크, 재무관리 등 책임자를 임명할 때도 지주사와 합의할 수 있도록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주사가 은행 주요 업무의 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과 권광석 신임 우리은행장 사이에 불화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권 행장은 지난 1월 예상을 깨고 ‘깜짝’ 발탁된 인사다. 1988년 옛 상업은행에 입사해 대외협력단 집행부행장 등을 역임했다.

권 행장과 손 회장 간 불화설이 처음 불거진 것은 권 행장의 임기가 1년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그동안 우리은행이 행장 임기를 2~3년 부여한 점을 생각해본다면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 측은 “재임 기간 중 성과에 따라 추후 2년을 연장하는 체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불화설이 잠재워지는 듯 했다.

불화설은 지난달 우리금융이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재점화됐다. 은행의 부문장 제도를 폐지한 반면, 지주사 부사장은 기존 2명에서 6명으로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지주 부사장직에는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이 이름을 올렸다. 김 집행부행장은 지주사 사업관리부문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사업관리 부문은 그룹 내 경영관리 전반을 책임지는 곳으로 핵심 부서 중 하나다.

당초 김 집행부행장은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그동안 손 회장과는 함께 호흡을 맞춰온 ‘친 손태승’ 파로 분류된다. 마찬가지로 친 손태승 파로 평가받는 미래전략단 출신인 이원덕 부행장과 최동수 부사장, 이석태 상무 등도 지주사 부사장직에 선임됐다.

반대로 우리은행 부행장은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줄어들었다. 담당 업무도 개인금융과 여신지원 등으로 역할이 제한적이다. 이중 신명혁 우리은행 WM부행장은 자산관리총괄 부사장직을 겸임한다. 따라서 은행장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부행장은 사실상 2명뿐이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이같은 행보가 사실상 권광석 신임 우리은행장에 대한 ‘견제’ 수순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금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전체 자산과 이익 등의 비중은 90%가 넘는다. 자연스럽게 우리은행장에게 ‘힘’이 몰리는 구조다.

만약 우리은행장의 존재감이 지주사 회장보다 커진다면 손 회장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지주사 전환 이후 첫 행장을 뽑은 터라 더욱 조심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 측은 지배구조 내부규정 조항 개정안에 대해  '교차검증'을 이유로 들었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사라지지 않은 이유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손 회장과 관련된 그룹 내 장악력을 늘리는 것에 대해 다양한 추론이 오가고 있다. 사실상 견제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손 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효력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인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25일 열리는 우리금융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의 연임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손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는 우호지분은 5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과점주주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은 각각 약 30%, 6.42%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17.25%)가 손 회장 연임을 지지하는 이사회의 뜻을 존중한다고 밝히면서 우호 지분은 50% 이상일 전망이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손 회장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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