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최신 AP 엑시노스 990
삼성전자의 최신 AP 엑시노스 990(원본 사진=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삼성전자가 몇 년간 심혈을 기울여 생산한 모바일용 프로세서 '엑시노스'가 최근 경쟁사들의 공세에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전 세계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속속 채택되고 있는 가운데, 애플과 화웨이의 차세대 프로세서도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미세공정으로 대량 생산될 예정으로 삼성전자 엑시노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위인 퀄컴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ARM의 최신 마이크로아키텍처 라이선스를 채택한 엑시노스를 개발해왔다. 전 세계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퀄컴의 스냅드래곤은 미드레인지부터 하이엔드급 모델까지를 아우르며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갤럭시 시리즈 대부분에 엑시노스를 사용했다. 글로벌 표준 모델 기준에서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의 성능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통신 규격 등의 문제로 갤럭시 시리즈에 퀄컴 스냅드래곤 AP를 사용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한동안 스냅드래곤이 더 성능이 좋은데 왜 엑시노스를 쓰냐는 반응이었다. 이런 반응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800/801이 나올 때까지 계속됐다가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 4에 엑시노스 5433을 탑재하면서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엑시노스 5433이 20nm 공정으로 당시의 28nm 공정을 거친 퀄컴 스냅드래곤 805보다 공정 우위를 점했으며 CPU 아키텍처도 최신 Arm 코어텍스-A57을 채택해 성능에서도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칩을 갤럭시S 시리즈에 퀄컴 스냅드래곤과 함께 사용하며 뛰어난 AP 개발 역량을 보였다. 높아진 성능의 엑시노스를 탑재한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가 늘어나며 2017년 3분기 삼성전자는 모바일 SoC 시장에서 퀄컴, 애플, 미디어텍에 이어 4위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3분기에는 퀄컴, 미디어텍에 이어 3위까지 올라섰다.

(사진=퀄컴)
퀄컴의 최신 AP 스냅드래곤 865(사진=퀄컴)

"삼성 엑시노스, 퀄컴 스냅드래곤보다 성능 떨어져"

하지만 최근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의 엑시노스가 퀄컴의 스냅드래곤보다 성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달 출시된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0 시리즈에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 865 AP를 주력으로 탑재했으며 북미나 유럽 일부 지역에만 엑시노스 990을 탑재했다. 특히 항상 엑시노스를 고집해온 국내 제품 역시 스냅드래곤을 탑재해 논란이 있었다.

갤럭시S20이 출시되기 전 긱벤치마크 점수에서 엑시노스 990은 스냅드래곤 865보다 떨어지는 점수를 받았다.

지난 15일(현지시각) 해외 IT 매체 노트북체크는 "이런 단순한 성능 비교는 중요하지 않고 효율성(efficient)이 더 중요하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엑시노스 990은 (스냅드래곤 865보다) 효율성에서도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노트북체크에 따르면 엑시노스 990은 SPECint에서 약 13.0/W의 전력 비율에서 최고 성능을 제공했지만 스냅드래곤 865는 19.6/W의 지역에서 값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출시한 스냅드래곤 855의 15/W보다 떨어지는 값이다.

노트북체크는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SoC는 지난 몇 년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엑시노스 990은 그러한 추세의 연속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지난 2018년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9810을 내놓으면서 스냅드래곤에 밀리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엑시노스 CPU 아키텍처 사이즈가 스냅드래곤보다 커졌으나 실사용 환경에서 스냅드래곤 845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스냅드래곤 855와 엑시노스 9820이 격돌한 상황에도 구도는 거의 그대로 유지됐다.

결국 삼성전자는 갤럭시S20에서 엑시노스가 아닌 스냅드래곤을 중용했다.

지난 1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 질의 응답시간에 삼성전자의 한 주주는 "갤럭시S20 시리즈에 왜 엑시노스가 아닌 스냅드래곤을 탑재했냐"며 "그동안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는 스냅드래곤에 비해 성능이 뒤처진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은 "엑시노스는 시장 상황에 따라 고객들의 평가가 달라진다"며 "저희는 철저한 경쟁 논리를 바탕으로 (스냅드래곤) 칩셋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미국 CPU 개발 부서 폐쇄…"AP 개발 중단 가능성도" 

이는 삼성전자가 엑시노스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트북체크는 "엑시노스 990이 삼성전자의 몽구스 코어를 특징으로 하는 마지막 SoC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 회사는 실리콘 제조 부서에 몇 가지 중요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미국 CPU(중앙처리장치) 연구 부문을 폐쇄하기로 했다. 엑시노스의 성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CPU 코어를 개발하기 위해 수백명의 고급 연구 인력을 지속적으로 고용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폐쇄를 결정한 미국 R&D 부서는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의 ‘삼성 오스틴 연구 센터(SARC)’와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소재의 ‘어드밴스드 컴퓨팅 랩(ACL)’ 등 두 곳이다. 당시 외신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자사의 엑시노스 브랜드 모바일 칩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텍사스주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CPU 연구 부서 폐쇄를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CPU 연구를 중단하는 것이지, AP 개발은 지속적으로 진행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AP에 들어가는 코어칩의 개발을 포기한 것”이라며, “AP는 해오던 대로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엑시노스 브랜드의 프로세서는 계속 개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개발 실패에 삼성전자가 AP 개발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애플, TSMC 5nm 공정으로 성능 업그레이드 '위협'

최근에는 삼성전자보다 점유율에서 뒤처지고 있는 화웨이와 애플이 최신 5nm 공정의 AP를 새롭게 공개할 것으로 알려져 엑시노스의 자리는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지난 15일 노트북체크는 "화웨이는 이미 차세대 플래그십 SoC를 개발하고있다"며 "기린(Kirin) 1020으로 예상되는 칩셋은 메이트 40과 메이트 40 Pro부터 시작해 화웨이의 차세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의 최신 5nm 공정으로 생산되는 해당 제품은 8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개발한 기린 1020은 애플의 차세대 AP A14와 함께 최초의 5nm AP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화웨이는 자사의 기린 1020이 애플의 A14보다 높은 성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rm의 최신 코어텍스-A77을 건너뛰고 A88 아키텍처를 탑재해 더 높은 성능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10일 WCCF테크는 "올해 1월에 TSMC는 2020년 2분기에 5nm 노드의 대량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고했다"며 "이것은 애플과 화웨이와 같은 회사들이 이 기술을 사용해 최신의 훌륭한 모바일 반도체(AP)를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TSMC 측의 5nm 칩의 생산이 4월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애플의 차세대 A14 AP도 2분기에 대량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WCCF테크는 업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하며 "TSMC는 4월에 5nm 공정 기술을 사용하여 칩의 대량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이미 생산 예약이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평가에 따르면 A14 AP는 인텔 6코어 45W 노트북 CPU에 적용될 정도로 높은 성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