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민병권 기자] 현대 펠리세이드, 제네시스 GV80 출시 이래 대형 SUV들이 부쩍 주목받고 있다. 없던 시장이 새로 만들어진 듯 느껴질 정도다. 마침 미국 럭셔리 자동차를 대표하는 캐딜락도 그 시장에 맞춘 제품을 국내 출시했다. 이번에 시승한 XT6다.

캐딜락은 이 바닥 신출내기가 아니다. 대표 모델 에스컬레이드를 처음 내놓은 지는 20년도 더 됐다. 미국 기준 ‘풀 사이즈’인 에스컬레이드는 우리 기준 ‘대형 SUV’라는 말로 표현이 안될 만큼 크다. 그래서 캐딜락 코리아는 ‘초대형 SUV’라고 부른다. 아무리 고급 대형 SUV가 각광받아도 땅덩어리 좁은 우리나라에서 ‘초대형’은 수요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이즈 줄여 나온 XT6가 주목받는다.

캐딜락 XT6
캐딜락 XT6

럭셔리 SUV계 대표주자 중 하나인 캐딜락이지만 XT6는 새롭다. 에스컬레이드보다 차체가 작을 뿐 아니라 플랫폼도 앞바퀴굴림 기반이다. 이를 바탕으로 MPV 연상시키는 6~7인승의 합리적인 패키지를 구성했다. 한동안 캐딜락 SUV 라인업에서 에스컬레이드 바로 아래 모델은 5인승 XT5(SRX)였고 둘 사이는 갭이 너무 컸다. XT6는 이 틈을 채우기 위해 불과 작년에 새롭게 탄생한 차다. 그만큼 캐딜락의 최신 디자인과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날카로운 선에 은근 볼륨감까지 곁들인 외관은 감탄을 자아낸다. SUV지만 입처럼 보이는 통풍구 장식을 넓게 쓰고 턱 끝을 지면에 바싹 붙인 앞모습은 고성능 세단을 연상시킨다. 오프로드 주행 모드를 갖춘 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국내 출시된 트림은 XT6중에서도 가장 비싸고 스포티한 ‘스포츠’라 날렵하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더하다.

캐딜락 XT6 시승기
캐딜락 XT6 시승기

시승차의 오묘한 빛깔 탄소섬유 내장재는 외관만큼이나 매혹적이다. 역시 고성능 차 분위기가 감도는 요소다. 하지만 실내 나머지는 딱히 스포티하지 않다. 그래서 좋다. 만약 검정색 가죽에 빨간 박음질, 운전자를 옥죄는 시트 같은 뻔한 테마를 써먹었다면 예비 고객 상당수를 잃었을 지 모른다. XT6 스포츠의 실내는 아늑하다. ‘스포츠’ 양념은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만큼만 자극적이다.

실내 상당 부분을 덮은 세미 아닐린 가죽과 바느질의 향연은 과연 고급차다. 계기판과 대시보드 중앙에 커다란 액정화면을 배치하고 많은 조작부를 터치방식으로 구성한 것은 요즘 차 답다. 계기판 전체가 액정은 아니고 속도계와 엔진회전계는 기존 방식이라 되려 신선하다. 각 화면의 선명도나 한글화 완성도, 내비게이션 품질은 상당히 좋아졌다. 미국 차에 흔한 투박함을 이제 거의 씻어냈다. 큼지막하게 보여주는 한글 경고문은 우리나라사람보다 우리말 잘하는 미국인을 보는 것 같다.

캐딜락 XT6 시승기
캐딜락 XT6 시승기

운전 감각도 좋다. 과거보다 조향 비율을 조여 운전자 조작에 보다 민첩하게 반응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만큼 탄탄한 움직임을 보인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에 두면 능동 가변 서스펜션의 전자제어 댐퍼가 더욱 견고하게 차체 쏠림을 억제해 준다. 하지만 다른 차들의 노멀, 컴포트에 해당하는 ‘투어’ 모드를 선택하더라도 승차감이 폭신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동급의 기준보다 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잔 요철의 충격을 조금만 더 부드럽게, 조용하게 걸러주면 좋겠다. 엔진 소음이나 풍절음, 차체 떨림 등 다른 부분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욕심 내게 된다.

엔진, 변속기 조합은 딱히 스포츠 콘셉트라 할 수 없다. 오래간만에 만나는 300마력대 자연흡기 V6(3.6리터)의 높고 매끄러운 회전 영역은 반갑지만, 요즘 흔한 터보 엔진과 비교하면 저회전 영역, 바꿔 말해 실용 영역 토크는 손해보는 기분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9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나타나는 반응은 한 박자가 늦다. 스포츠 모드에선 낫지만 성에 차지는 않고, 수동 변속 모드와 변속 패들을 이용하면 스포티한 기분을 낼 수 있지만 차가 반기지 않는 눈치다.

캐딜락 XT6
캐딜락 XT6

변속기는 투어 모드에서도 단정치 않게 기어를 바꿀 때가 있다. 하지만 대체로 천천히 달릴 때 더 만족스럽다. 주행 모드에 AWD 모드가 따로 있고 스포츠 모드에서도 AWD 상태가 되지만 투어 모드에선 앞바퀴만 굴려 효율을 높인다. 정차 때 시동을 끄는 것은 물론이고 느긋하게 속도를 유지하면 엔진 실린더 6개중 2개를 정지시켜 마치 V4 2.4리터 엔진인 것처럼 연료를 아끼는 똘똘한 기능도 있다. 시속 100km 정속 주행 때 엔진회전수는 채 1500rpm이 되지 않는다. 복합 연비는 8.3km/L. 때로 정속 주행, 때로는 수동변속모드에서 7000rpm까지 사용해가며 가속 테스트를 했던 시승 구간에선 7.1km/L를 기록했다.

미국 캐딜락이 자랑하는 ‘슈퍼 크루즈’ 기술은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차로 이탈 방지 보조까지만 지원한다. 차로 중앙 유지 보조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도 위험 상황에서 엉덩이를 진동시켜 경고하는 햅틱 시트, 계기판 화면을 통해 야간 시야 확보 및 장애물 식별에 도움을 주는 나이트비전,  룸미러 거울을 대신한 디지털미러 등 눈에 띄는 안전 장비를 갖췄다.

캐딜락 XT6 시승기
캐딜락 XT6 시승기

2~3열 공간은 MPV, 미니밴에 가깝게 느껴진다. 도어를 열었을 때 2열 승객의 발쪽 바닥이 낮고 평편하며 센터 콘솔도 뒤로 튀어나오지 않아 널찍하게 느껴진다. 앞바퀴굴림 장점을 십분 활용한 패지키로 보인다. 시트를 모두 접었을 때 적재 용량이 동급 최대라는 것도 이런 구성 덕분일 것이다. 뒷좌석 공간은 앞좌석과 독립적을 냉난방 조절이 가능하다. 센터콘솔에는 서랍처럼 길게 잡아 뺄 수 있는 수납공간을 배치했다.

2열 좌석 등받이나 시트를 앞뒤로 움직이려면 힘을 써야 하는 것은 아쉽지만 시승차는 6인승 모델이라 독립 시트 2개로 구성된 2열 좌석 가운데 통로를 통해서도 그럭저럭 3열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2열을 앞으로 밀착시키거나 원위치 하는 기능은 완력을 필요로 하지만 3열로 드나드는 널찍한 통로를 얻을 수 있다.

캐딜락 XT6 시승기
캐딜락 XT6 시승기

3열도 머리 공간이 넓고(치수 상 동급 최대라고 한다) 2열 승객이 조금만 양보하면 상당한 다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때 2열 다리 공간이나 자세도 크게 손해보는 느낌은 아니다. SUV 3열 공간은 2열에 비해 바닥이 도드라지게 높고 성인이 앉기엔 자세가 옹색한 경우가 많은데 XT6는 제법 편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천장 송풍구는 3열까지 걸치도록 배치됐고 실내등과 충전 단자도 마련되어 있다. 번듯한 3열 공간을 확보하느라 트렁크를 다 잡아먹었을 것 같지만 3열 등받이 너머에도 그럴싸한 (작지만 깊숙한) 트렁크 공간이 있어 차체 길이 5.05미터짜리 ‘큰 차’ 타는 이유를 보여준다. 트렁크 벽면 스위치를 이용하면 2열은 전동으로 접을 수만 있고 3열은 전동으로 접거나 세울 수 있다.

‘럭셔리 대형 3열 SUV’ 캐딜락 XT6 스포츠 가격은 8347만원이다.

캐딜락 XT6 시승기
캐딜락 XT6 시승기

 

캐딜락 XT6 시승기
캐딜락 XT6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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