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구현모號 KT의 색깔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특히 조직과 인사에서 황창규 회장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차기 CEO(최고경영자)로 내정되자마자 가장 먼저 조직개편을 실시한데 이어, 신입사원 정기 채용을 33년 만에 전격 폐지하는 등 인사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구현모號 KT 조직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정부 및 국회 대관을 담당하는 CR(Corporation Relation, 사업협력) 부문이 경영지원 부문 산하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통신업은 규제 산업이라 CR 부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감안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조직개편이라는 평가다.

인원은 큰 차이 없으나 달라진 CR 위상... 왜?
 
현재 KT의 CR 인원은 총 79명(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 포함)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원 상으로는 지난 2015년~2016년 SK텔레콤-CJ헬로 인수합병 이슈로 인해 KT CR이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 공세에 나섰을 때와 크게 차이가 없다. 당시 CR 인원은 87명이었다. 다만 국회 관계자를 직접 만나는 팀의 인원은 줄였는데, 황창규 회장과 구현모 사장이 연관돼 있다고 알려진 정치자금법 이슈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KT의 CR 조직은 경영지원부문 안에 CR1실(58명)과 CR2실(20명)로 구성됐다. CR1실은 과기정통부 및 방통위 · 공정위 등을 주로 담당하고, CR2실은 국회 등의 업무를 맡는다. 지난해의 경우 사업협력부문(CR)에 통신사업협력실과 미래사업협력실이 있었다. 즉 통신사업협력실이 CR1실, 미래사업협력실이 CR2실로 올해 바뀐 것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CR1실은 이승용 전무가, CR2실은 김철기 상무가 이끈다. 지난해 CR 총괄은 박대수 전무(CR 부문장)가 맡았지만, 올해는 CR이 경영지원부문에 속하게 되면서 부문장인 신현옥 부사장이 CR을 포함한 부문 전체를 총괄한다.
 
구현모 KT 사장 (사진=연합뉴스)
구현모 KT 사장 (사진=연합뉴스)

CR2실에서 국회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지난해는 통신사업협력실(현 CR1실)에 입법 정책 등을 담당하는 통신협력팀이 있었고, 미래사업협력실(현 CR2실) 내부에 직접 국회 관계자를 만나는 사업협력 P-TF가 있었다. 통신협력팀은 국회를 대상으로 하는 보고서, 기획서 등 이른바 페이퍼 작성 업무를 맡았다. 올해는 통신협력팀이 CR지원팀(8명)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CR2실로 이관됐다.

또 다른 변화는 CR1실에서 공정위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팀(공정경쟁팀, 6명)이 생겼고, 방통위를 담당하는 팀이 늘어났다. 지난해의 경우 공정위 등을 맡는 통신경쟁 담당 아래 통신경쟁1팀과 통신경쟁2팀이 있었는데, 올해는 공정경쟁담당 아래 무선시장팀(4명)과, 유선시장팀(4명), 개인정보팀(4명)으로 세분화됐다.
 
전체 조직 변화에 맞춰 CR1실에 AI(인공지능)융합정책팀(4명)과 DX(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융합정책팀(4명)이 만들어 진 것도 변화 중 하나다. 구 사장은 AI와 DX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 사장은 첫 프로젝트로 현대중공업,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와 함께 AI 인재 육성에 나서기도 했다. (관련기사/[단독] 구현모 KT 첫 프로젝트 가동... 현대중공업-ETRI와 'AI 올인') AI융합정책팀과 DX융합정책팀은 사실 지난해 미래사업협력실(현 CR2실)의 미래융합정책담당이었다. 즉, 미래융합정책담당 두 팀이 AI와 DX 전담팀으로 바뀌고 CR1실로 이관된 것이다. AI융합정책팀은 콘텐츠 금융사업 업무를 맡고, DX융합정책팀은 핀테크도 담당한다.
 
이런 변화에 대해 KT 내부 관계자는 “최근 KT는 구 사장 지시 아래 전사적으로 비용을 줄이고 있다. 내부에서 걱정이 많다”며 “경영지원 부문 밑으로 들어간 CR의 경우 지난해와 인원 규모가 같더라도 위상이나 입지 등 달라지는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황창규 KT 회장 (이미지=KT)
황창규 KT 회장 (이미지=KT, 편집=백연식 기자)

◆ 미래가치 TF 가동으로 조직 장악력 제고?... 정기공채 전격 폐지도  

구 사장은 비서실 안에 미래가치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TF 안에 고객발자기혁신분과, 인재육성분과, 기업이미지제고분과 등 3개 분과를 신설했다.

현재 인재육성분과에서는 이른바 ‘1O1(원오원)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진영심 KT 상무가 이를 제안 및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프로젝트는 부문별로 우수 인재를 뽑아 각 부문에 이를 관리하는 별도 팀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내 출신인 구 사장이 원오원 프로젝트를 통해 조직 장악력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구 사장은 CEO 직속으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신설했고, 지난해 9부문·5실·1원·1소였던 조직을 7부문·3실·1원·1소로 재편했다. 박윤영 부사장의 사장 승진으로 그동안 회장에게 집중됐던 체제를 대표이사 사장과 기업부문 사장 두 명으로 권력을 분산했다. 사실상 투톱 체제를 이룬 것이다. (관련기사/구현모의 KT 뜯어보니...안정 속 변화 '복수 사장 체제로 혁신')

마케팅비 등 예산을 주로 사용하는 부서인 커스터머 부문과 비용을 컨트롤(통제)하고, 효율적 집행을 추구하는 마케팅부문이 하나로 합쳐진 것도 특이사항이다. 현재는 구 사장이 커스터머 부문장을 맡고 있는데, 오는 30일 주주총회 이후 구 사장이 정식으로 CEO에 취임하면 차기 커스터머 부문장으로 강국현 전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이 선임될 것이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이런 조직 변화에 대해 KT 홍보실 관계자는 “글로벌 수준의 준법경영 체계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개편했으며,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 사장은 인사혁신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신입사원 정기 채용을 전격 폐지한다. 대신 6주의 인턴기간을 거쳐 정직원 전환여부를 결정하는 ‘수시 인턴 채용제’ 를 도입한다. 사업부별로 필요한 인력을 그때 그때 뽑겠다는 것이다.

정기 채용을 통한 ‘공채’ 문화가 뚜렷한 KT가 수시 인턴제를 도입한 것은 KT 역사상 처음이다. 미래 핵심 인력인 신입사원의 채용 방식부터 대폭 손질하면서 인사혁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